휴가 좀 다녀올게
15시 40분, 버스에서 내려 공항으로 들어선다. 화장실을 들렀다. 매번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도착하면 화장실부터 찾게 되는데, 인간이라는 종의 '한 동물로서 일종의 영역 표시'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베트남이여, 처음 뵙겠습니다. 머무는 동안 잘 부탁해요.
16시 7분,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데, 앞서 심사를 받은 이들 중에 많은 수가 나가지 못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바로 내 앞 앞의 사람은 누군가에게 불려 갔다. 내 앞에 서있던 키 크고 훤칠한 동양 남성은 통과. 나도 심사 담당자 앞에 섰다. 백신 증명서, 여행자 보험 증명서, 항공 일정 바우처, 호찌민 숙소 바우처까지 준비해서 내밀었다. 그는 내가 내민 종이를 살짝 들춰 보더니, "투모로우?" 하고 묻는다. "예쓰!" 대답하니 그는 바로 도장을 찍더니 여권을 돌려준다. 근데 저기요, 왜 저는 마스크 벗으라는 소리 안 하나요? 얼굴 확인 안 하나요?
16시 21분, 돌고 있는 5번 수하물 벨트 저 너머에서 오고 있는 내 배낭을 발견했다. 대다수가 이미 나갔는지 벨트 위에 짐이 별로 없었다. 이엿차, 가방을 들어 바닥에 내려놓고, 기내에서 보관했던 짐가방을 배낭에 엮었다. 끄응차, 하며 허리를 숙여 배낭을 메는데, 몸이 휘청거렸다.
환전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시내에서 하는 게 환율 적용이 좋다는데, 왠지 오늘 시내를 나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베트남은 발리에 비해 물가가 싼 편이라 혹시나 싶어 달러 환전할 때 50달러 2장으로 받았던 터라 공항에서 50달러만 환전하기로 했다. 호찌민 공항에서 출구 쪽으로 나오면 바로 환전소가 3곳, 왼쪽 ATM 기기에 옆에 1곳 있었다. 'Bank' 표기가 되어있는 곳에서 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없었다. 가운데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는데,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1,113,000동이라고 했다. 처음 만져보는 단위의 돈이라 한참 들여다보며 세어보는데, 직원이 다시 카운팅 하더니 "베리 칩"을 외치며 짜증을 냈다. 나중에 환율을 찾아보니 2만 원가량 차이가 났다. 공항 환전은 어느 정도 감수하려 했지만 여기서 기분이 좀 나빴다. 그런들 어쩌리오. 이미 환전은 했으니 넘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