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발리 첫날

휴가 좀 다녀올게

by maybe



16시 43분, 숙소 앞에 차가 섰다. 차에서 내렸는데 담벼락에 고양이와 마주쳤다. 그가 내 배낭을 챙기며 "꾸칭꾸칭!" 하면서 사진을 찍는 나를 기다려줬다. Bamboo Paradise. 이름과 같이 대나무로 꾸며진 예쁜 곳이었다. 대나무 다리를 건너 인셉션이자 식당이자 바bar인 공간에 들어섰다. 호스트는 외국인 부부였다.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영어 악센트나 생김새는 유럽인들 같았다. 배낭을 내려놓고 대나무 의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약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 사인을 했다. 계산은 체크아웃할 때 하면 된다고 했다. 직원으로 보이는 인니 여성이 웰컴 드링크를 주었다. 음료를 한 모금 마시니 달큼한 맛이 느껴졌다. 호스트는 자물쇠와 열쇠를 주면서 와이파이 비번을 알려줬고, 내일 일정에 대해 묻더니 보트 보딩을 위해 어딘가로 방문해야 한다며 지도를 보면서 설명했다. 여기서 걸어서 7분이라고. 잠시 음료 마시며 쉬라고 했는데, 몇 모금 더 마시고 방을 보여달라고 했다. 안내받은 방은 2층 침대가 3개 있는 6인실. 아늑했다. 좌측의 침대는 이미 예약되었다고 했고, 원하는 자리를 사용하라고 했다. 안쪽 아래층 침대를 골랐다.


17시 20분, 짐을 대강 풀어놓고, 텀블러에 남은 웰컴 드링크를 넣고, 동네 구경을 하며 잘란잘란 산책을 했다. 빠당바이 항구는 늘 배를 타거나 내렸던 곳이었고, 주변에 뭐가 있는지 여유롭게 구경하는 건 처음이었다. 길에서 만난 아이들, 인사를 건네는 이들. 대개 답인사를 하거나, "No"를 대답하지만, 호객행위를 해도 밉거나 싫지 않은 현지인들. 산책을 다 하고 들어와서 텀블러를 씻어두고 나갈 채비를 했다. 동네가 주로 도로였고, 달리기 좋아 보였다. 며칠 만에 달려보는 건지. 30분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은 실패했으나 바닷가에서 바람맞으며 달리는 건 참 좋았다.


18시 20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밖으로. 배가 고팠다. 달리면서 발견했던 빵가게로 향했다. 단맛의 빵만 있다고 했다. 단 건 내키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말하며 돌아섰다. 이제 어디서 밥을 먹는담. 코로나 이후 문 닫은 곳도 많고, 생각보다 먹을 만한 곳이 없어서 두리번두리번. 아까 달리다 잠깐 봤던 씨푸드 와룽은 외국인 가족 단위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나마 먹을 만한 곳이어서 들어갔더니, 큰 생선 한 마리를 권한다. 금액도 300K. 혼자 먹기에는 금액이 비쌌고, 양도 많았다. 나는 못 먹을 것 같다고 돌아섰다.


19시 08분, 저녁은 굶어야 하나, 그냥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길가에 오래된 가게 앞에서 한 인도네시안 가족이 모여 바나나 잎에 싸서 먹는 나시 짬뿌르를 먹고 있었다. 나도 하나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바로 앉으라고 했다. 옆쪽에 마련되어 있던 의자에 앉아 엄마가 주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비빔밥 같은 건데, 반찬 같은 것들을 고추장 소스 같은 삼발 소스랑 함께 흰 밥에 쓱쓱 비벼 먹는 것. 단돈 10K. 대략 1,000원 안 되는 돈이다. 꽤 만족스럽게 먹었다. 생각해보니 제일 처음 발리 음식이 나시 짬뿌르였다. 길에서 만난 이가 주었던, 바나나 잎에 싸여있었던 밥. 삼발소스의 매운맛을 제대로 맛보았던 그 음식. 왠지 새록새록한 느낌이 들었다.


20시 반, 잠시 잘란잘란 산책하고, 숙소에 들어와서 씻고, 누워서 일기를 쓴다. 고단하다. 밖에서는 바가 있던 그 식당에서 외국인들이 떠들며 웃는 소리와 레게 음악이 들린다. 오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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