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왜 한국에서는 '유어웰컴'을 말하지 않는가

휴가 좀 다녀올게

by maybe



3시 25분, 일찍 잠든 탓에 중간중간 깼고, 결국 잠이 달아나 버렸다.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방은 깜깜하고, 저쪽 침대에서는 두 사람의 숨소리가 엇갈리면서 들린다. 휴대폰을 내려두고 잠을 다시 청해 본다.


5시, 얕은 잠을 자다가 근처에 있는 무슬림 모스크에서 기도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젯밤 일기를 쓰고 사진을 보다가 까무룩 잠들었는데, 저쪽 침대에 머무는 친구 둘이 조용하게 문을 열어 살금살금 걸어 들어오는 인기척 소리를 들었다. 대략 10시쯤이었던 것 같다. 두 친구가 번갈아가며 화장실 가는 소리도 종종 들렸다.


6시 12분, 모든 새들과 닭들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계속 울어대는 소리에 살짝 깨서 시계를 봤기 때문에 시간을 기억한다. 깬 김에 씻고, 살짝 나가서 머리를 말렸다. 그리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저쪽 침대 친구들이 자고 있어서 최대한 살금살금 조심히 한다고 했지만, 아마 시끄러웠을 것이다. 도미토리의 단점이지 뭐.


7시 30분, 조식을 먹었다. 발리에서의 첫 조식. 메뉴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조식으로 먹는 오믈렛을 좋아한다. 곡물 빵에 다양한 잼, 롱블랙 커피와 과일 조금. 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종류가 많길래 조금씩 떠서 빵에 얹어본다. 오렌지, 파파야, 딸기, 유자 같은 어떤 잼, 그리고 땅콩크림. 어릴 때 꿀을 식빵에 발라 먹었던 게 생각났다. 꿀을 바른 곳은 살짝 바삭한 식감이 생겼다. 빵을 먹으며 요리를 해준 인니 여성 스텝들과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했다. 드라마를 잘 몰라서 맞장구 쳐주지는 못했지만, 순박하고 귀엽게 웃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이민호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말로 땡큐와 유어 웰컴은 뭔지 물어본다. 우리는 유어 웰컴이 없어. 서로 고맙다고 말해. 고마워, 나도 고마워. 이렇게. 잘 쓰지도 않는 '천만에요' 따위는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한국말에도 '사마 사마-'같은 귀여운 유어 웰컴이 있으면 좋을 텐데. 서로 고맙다 얘기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그가 내려준 커피를 마셨다.


8시 25분, 무거운 가방을 메고 숙소를 나선다. 미리 예약은 해뒀지만 에카자야 오피스에 가서 탑승 전 체크를 하기 위해서 여유 있게 걷기 시작했다. 가방이 무겁고 매우 더워서 땀이 주룩주룩. 가뜩이나 땀도 많은데 이미 얼굴은 온통 땀이 가득했다. 보딩패스를 받고, 돌아오는 배편의 예약 확정서를 받았다. 물은 필요할 것 같아서 항구에 있는 젊은 여성에게서 물 한 병 샀다. 마트보다 4배 비싸다. 4명 앉는 자리에서 창가에는 외국인 커플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가방이 놓여있었다. 복도 쪽 빈자리에 앉아도 되는지 물으니 바로 앉으라고 대답이 왔다. 이제 생각해보니 멀미약을 깜빡했다.


9시 20분, 보트는 출발한다. 미리 다운로드해둔 팟캐스트를 켰다.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 리코더와 우쿨렐레 연주가 어우러져 밝고 화사한 분위기. 에피소드 1개를 다 듣고, 다음 에피소드를 연달아 듣는다. 무알콜 맥주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집에 돌아가면 나도 무알콜 맥주를 좀 사둬야겠다 생각했다.


10시 40분, 멀미 기운이 느껴진다. 울렁울렁. 배도 일렁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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