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탐구생활
015. 칼자국
문득, 생각해보니 벌써 10여 년이 될 정도로 오래되었다니. 한참 낯설어하고 있다. 그러니까 어느 날 갑자기 눈 밑 광대 쪽에 뭔가가 잡히는 것이었다. 세안을 하다가 갑자기 만져졌다. 동그랗게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처음엔 큰 뾰루지인가 했지만 점점 더 커졌다. 두려움도 같이 커졌다.
피부과를 찾아갔다. 한참 만져보더니 성형외과를 추천했다. 이런 건 금방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칼로 째야 한다고, 하필 얼굴이라서 성형외과를 가는 게 나을 거라고 했다. 한참 자란 혹만큼 두려움은 더 자랐다. 성형외과 의사는 또 여러 번 만져 보더니 당장 수술을 하자고 했다. 어버버 하다가 어느새 수술실에 누워 있었다. 맹장수술 이후에 첫 수술이었다.
칼로 째고 나온 혹은 왜 생겼는지 경로를 모른다고 했다. 종양인가 했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정체 모를 혹은 그렇게, 다소 허무하게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훈장처럼 남은 칼자국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주름처럼 남아있다. 결국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이 흔적은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조금씩 옅어졌다. 그날의 두려움도 결국 옅어져서 하나의 경험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