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탐구생활
014. 얼굴 빨개지는 아이
안면홍조가 어릴 때부터 있었다. 추우면 볼이 먼저 빨개졌고, 더워지면 얼굴 전체가 빨개졌다. 매운 걸 먹으면 어김없이 땀이 나면서 빨개진다. 수영을 할 때도 숨이 가빠지고 빨간 얼굴이 된다. 빨간 얼굴은 왜 촌스러워 보이는 걸까. 어릴 때부터 자주 들었다. '촌년병'에 걸렸다고. 왜 '촌년'이라고 부르는 걸까. 촌에서 산다는 것이 왜 부끄러운 일이 되는 걸까. 때로는 바닷속에, 햇볕 아래, 길 위에 있는 빨간 얼굴의 나를 상상해 본다. 기꺼이 매번 매 순간 촌년이 되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