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016.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
'교육'은 내게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그리고 20년 가까운 사회생활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고, 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프로세스를 만들고, 교육 자료와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시간을 들여 이 모든 것들을 알려주는 일. 해왔던 업무와 역할 중에서 가장 나와 잘 맞고, 그 과정이 무척 즐거웠고, 그리고 매우 잘 해내 왔다. 인사, 교육, 평가와 관련된 직무 모두 재밌었지만, 역시 나는 '평가'보다 '교육'이다. 교육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것이 평가기도 하지만, 이건 그저 하나의 형식일 뿐이다. 단시간에 업무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업무에 대한 이해력과 응용력, 숙련도 등은 결국 장시간에 쌓이고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또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시간의 흐름이 있는데, 경험상 이건 각자 다르게 흘러간다. 똑같은 일을 익숙하게 해내기까지 누군가는 3개월이 걸리고 누군가는 1년이 걸린다. 회사라는 조직은 그런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느린 시간을 가진 사람들이 결국 그 시간의 무게를 감당하고 넘어섰을 때 보다 전문화되고, 스킬로만 일하는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는 걸 많이 봐왔다. 교육이라는 일은 가르치는 입장과 배우는 입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동료로서 사회인으로서 사람으로서 서로가 주고받는 확실한 피드백이 존재한다. 나는 일을 가르치며 매번 만나는 낯선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곤 했다. 업무를 보는 새로운 시각, 위기를 풀어가는 자세, 각자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서로 협업하며 이뤄내는 시너지 효과를 경험하며 또 배운다. 내가 발견한 누군가의 강점이 내가 배치한 그 사람의 자리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그로 인해 더욱 성장하는 조직의 모습을 봤을 때 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동시에 나도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내가 이제껏 일을 하면서 얻게 된 소중한 자산이었다.
물론, '교육'을 하는 시스템은 모든 조직에 적용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 사정에 의해 커리어나 경력을 모두 무시하고 입사해서 일하고 있는 지금의 조직은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너무나 멀고 또 멀다. 솔직히 내가 여기서 내가 가진 역량을 모두 온전히 쓸 수 있을까 자신도 없다. 그들은 나의 능력을 정확하게 보는 눈이 없거나 잘 활용하는 능력이 없거나 혹은 나라는 사람과 맞지 않는 조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또 내게 주어진 역할과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외주업체의 인력들에게 우리의 일을 좀 더 잘하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제공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모니터링을 하면서 피드백을 하고, 시간을 내어 야근과 주말근무를 하며 일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그들의 자리에서 잘 해낸다면 그 역시도 결국 내가 속한 조직에게 도움이 되고, 나와 내 업무에도 보탬이 된다. 그러니 제 버릇 남 못 주고 또 내가 해오던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느 곳에 있든 나는 나다. 좀 고생스러워도 이게 내가 가진 모습인 걸 어쩌겠나. 외주든 아니든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같이 성장할 수만 있다면, 나는 계속 내가 하던 일을 하며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