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018. 채식에 대하여
언젠가 우연히 알게 된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다가 문득 함께 식사는 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왜 우리가 같이 밥은 먹은 적이 없을까요? 시간 괜찮으면 식사하고 갈래요?"라고 묻던 내게 그는 굳은 얼굴로 "다음에요."라며 사양했던 것을 기억한다. 한참 후에 그와 처음 식사 약속을 잡을 때 대뜸 "저는 채식주의자예요. 괜찮나요?"라고 묻는 그에게 "물론이죠!"라고 대답하면서도 살짝 의아했다. 상대가 안 먹는다면 나도 안 먹으면 된다. 나는 입맛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고, 무조건 육식을 고집하는 주의도 아니라서 딱히 거리낄 만한 건 없었다. 그는 그의 지향에 대해 언급하는 게 조심스러울 때가 있었다고 나중에 언급했다. 짓궂은 친구들은 일부러 냄새가 많이 나는 고깃집으로 불러낸 적도 있다고, 채식을 한다고 했을 때 비웃던 친구들과는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소개팅에서 채식을 한다고 말했더니, 상대가 본인은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며 먼저 가겠다고 일어나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채식을 시작하면서 인간관계에서의 불편함이 너무도 예민하게 느껴져 식사는 대부분 피하게 되더라고, 그래서 제법 친해질 무렵에야 겨우 식사를 하게 되었다고 멋쩍어하며 웃었다. 그제야 나의 입장에서만 그의 태도를 오해한 것이 미안해졌다. 그때는 지금처럼 채식에 대한 이미지가 다소 낯설고, 또 식당이 많지 않았기에 더 그랬으리라. 나는 그에게 그 사람들이 무례한 거라고, 배려하려면 충분히 배려할 수 있고, 얼마든지 함께 식사할 수 있다고, 알러지가 있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겠냐고, 못 먹거나, 안 먹거나 결국 선택은 먹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자신의 신념에 굳건한 의지를 보탠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주변에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이 꽤 많은 편이고, 나 조차도 채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채식을 오히려 선호하는 편이어서 고기 없는 식단으로 먹는 경우도 많고, 비건 대체육이나 다른 대체식을 자주 사다 먹기도 한다. 요즘에는 식당도 많아졌고, 비건을 위한 인터넷 쇼핑도 다소 수월해져서 채식을 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채식을 아직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내게 채식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내가 채식을 하지 않는대서 비난받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가끔 죄책감 같은 감정을 느낀다. 오래전 채소 피자를 먹으며 했던 그와의 대화가 갑자기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