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 우체통을 찾아서

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by maybe



026. 우체통을 찾아서


우편물을 보낼 일이 있어 오랜만에 규격봉투와 우표를 꺼냈다. 얼마나 사용할 일이 없었던 건지, 서랍 속에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우편봉투에는 6개의 네모칸이 있었다. 우편번호가 다섯 자리로 바뀐 지 7년이나 지났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적어도 7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몇 개의 우표를 붙여야 할지 몰라 알아보니 국내우편의 기본요금이 400원이다. 내가 가진 우표는 20원, 90원, 300원 등으로 다양했다. 50g까지 450원이니 인심 쓰듯 300원짜리 우표 2장을 붙인다. 수원화성과 남대문이 그려진 우표가 나란히 봉투 오른쪽 위에 붙어있다. 지도 앱을 열어 우체국을 검색해 봤다. 회사를 가운데 두고 걸어서 20분 거리에 동쪽과 서쪽으로 우체국이 하나씩 있었다. 거창하게 등기로 보낼 것도 아니고, 우체통에 쏙 넣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는 우체통을 검색해 본다. 회사와 반대쪽이지만 지하철 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우체통이 있었다. 아침에 여유가 있는 편이니 우체통에 넣고 출근할 생각에 호기롭게 걸었는데, 한참을 걸어도 우체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도 앱을 다시 열어봤다. 있다고 한 곳에서부터 이미 한 블록 반을 더 걸어왔다. 다시 우체통을 검색했다. 맞은편 안쪽 길에 가던 방향으로 7분 정도 더 걸어야 한다. 회사와는 이미 20분 거리로 멀어졌다. 이쯤 되니 살짝 오기가 생긴다. 이럴 거면 그냥 우체국으로 갈 걸 싶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우체통을 꼭 찾아야 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 큰길을 따라 또 걷는다. 이번에도 없으면 안 되는데. 조금 염려가 될 때쯤 저 멀리 건너편에 우체통이 보였다. 길가에 서있는 빨간 우체통이 이렇게 반가울 일인가.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우체통은 반을 나눠 왼쪽은 같은 구, 오른쪽은 다른 지역으로 분리되어 있다. 구멍으로 쏙 집어넣고 나니 허탈함과 동시에 그리운 감정이 따라왔다. 공중전화가 사라졌듯이 우체통도 이렇게 길 위에서 사라졌구나. 편지와 엽서를 꽤 많이, 자주 쓰던 사람이었는데, 나는 언제 이렇게 우체통과 멀어졌나. 오던 길을 뒤돌아 다시 걸으며 회사로 간다. 등 뒤의 우체통으로부터 물리적인 거리도 점점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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