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약간의 붉은 노을과 찐 남색 어둠의 그라데이션이 하늘을 채우고 있다. 깜깜해질 텐데 놀이터에 간 아들 밤이가 연락이 없다. 나가볼까 생각할 때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밤이는 핸드폰이 없다)
밤이었다. "엄마엄마. 지금 바로 놀이터로 나와. 빨리." 할 얘기만 하고 끊는 아들. 꽤나 상기된목소리. 무슨 일이지? 후다닥 나가본다.
놀이터엔 밤이와 처음 보는 친구가 있다. 근데 이 녀석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있네? 4발 자전거 이후로 2발 자전거는 한번 타 보고 쳐다도 안 보고 밤이었다. 킥보드만을 고집하던 녀석이었는데. "엄마. 나 자전거 타기 성공했어. 친구가 뒤만 살짝 밀어주었는 데 성공했어." 놀이터를 뱅뱅 돌며 말하는 밤. "오~~ 잘 탄다." 맞장구를 쳐줬다.
친구는 조용히 밤이가 타는 자전거를 코치마냥 바라보고있다. 자신의 몰랐던 능력을 발견했다며 기뻐하는 밤. 친구는 말한다. "조금만 더 타면자유롭게 라이딩할 수 있을 거예요."9살 친구의 호기로운 말이 귀여우면서 왠지 든든하다. 조만간 한 손으로도 탈 수 있을 거라며 자신이 지금 그렇게 탄다는깨알 자랑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