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alogue Radio

[Read-hye] 1) 키키 키린의 말

고레에다 히로카즈 씀, 마음산책 펴냄

by ThisJunghye

아날로그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는 첫 번째 섹션은 ‘Read-hye’입니다.

‘리드-해’는 영어로 ‘읽다’인 ‘Read’를 따서 리드해, 도 있고요

시간이든 사람이든 일이든 무언가에 쫓겨서 살아가는 우리가

책을 통해서 자신을 ‘Lead’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마음산책에서 올해 4월에 펴낸 <키키 키린의 말>입니다.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이 ‘말’ 시리즈를 출간하는 걸 봤는데

제가 딱 좋아할 스타일의 기획과 디자인이였어요.

그래서 늦더라도 꼭, 챙겨봐야겠다 했거든요.


키키 키린은 아마 일본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이 아실 일본의 여배우입니다.

이 책을 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무려 여섯 편의 영화를 연속으로 같이 찍었죠.

연기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 <인생 후르츠>에서의 나레이션도 좋아하는데

이 책 말미에 나와 있는 필모그래피를 보니까 이미 다른 나레이션 경력들도 있으시더라고요.


이 책은 히로카즈 감독이 키키 키린을 연속으로 인터뷰한 묶음집인데요,

히로카즈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감독 중에 한 명이예요.

제가 히로카즈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건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였는데요,

그때 배두나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공기인형>이라는 영화의 예매가 엄청 치열했었어요.

워낙 배두나의 인기가 많기도 했지만 제 기억에는 영화제 직전 6월에

영화 <걸어도 걸어도>가 국내 개봉을 하면서 히로카즈 감독에 대한 기대가

아무래도 관객들에게 있었기 때문에 예매가 더 치열했던 것 같아요.


문화예술이라는 분야가, 아무래도 추상적인 것을 관객에게 현실화시키는 것이다보니까

서로 케미가 잘 맞는 경우에는 계속 같이 작업하는 경우들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연출가와 배우, 연출가와 극작가,

책으로 치면 편집자와 번역가, 편집자와 표지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있겠죠.

이 책을 읽어보면 히로카즈가 배우로서 키키 키린을,

그리고 키키 키린이 연출자로서 히로카즈를 얼마나 신뢰했는지 아실 수 있습니다.


사실 배우나 연출 지망생들이 흔히 전공 서적으로 만나는

딱딱한 연기론이나 연출론 책을 읽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요,

저는 이 <키키 키린의 말> 같은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시면 각 작품과 키키 키린의

극단 시절을 포함한 이전 행보들, 작품들, 상황들에 대하여

두 예술가가 주고받는 대화들이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왕이면 키키 키린과 히로카즈가 같이 작업했던 영화들을 보고 나서

이 책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하긴 하는데, 안 보고 읽으셔도 됩니다.


이 책의 클라이맥스는 죽음을 감지했던 키키 키린과의 마지막 인터뷰 이후의

히로카즈 감독의 글인데요, 저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칸 영화제에서의 <어느 가족> 첫 상영 그 이후를 담은 히로카즈가 쓴 글이

정말 영화적이더라고요. 저는 이 부분 읽으면서 히로카즈 감독이

언젠가는 이 키키 키린의 이야기를 꼭 영화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해졌어요.

책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얼마 못 산다는 걸 선고받은 키키 키린은

미리 사람들과 작별을 하고 자신의 삶을 정리했던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면 어떤 배우의 일대기를 다룬 일본 영화는 저는 아직 못 본 것 같아서

그 의도를 하늘에 설명하면, 그리고 그걸 만들어내는 사람이 히로카즈 감독이라면

키키 키린 님도 궁시렁하면서 웃으면서 받아주시지 않을까 싶네요. (웃음)


저는 책을 읽으면서 와 닿았던 구절은 모서리를 접어 놓는 오래된 습관이 있어요.

좀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두 번 접어놓구요.

이번 책은 접힌 쪽수가 다른 책에 비해 꽤 많은 편이라

안 그래도 책이 두께가 좀 있는데 더 두툼해졌어요.

그 중에 하나를 골라서 읽어드려 볼게요.

이 구절은 히로카즈 감독의 맺음글의 일부인데요,

이 책을 제일 잘 설명하는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사랑해야 할 대상이 이제 여기에 존재하지 않고, 손에 닿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부재’를 그립게 여긴다.

이 ‘그리워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불행한 체질의 인간이 작가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뜻에서 이 책은 나에게

이제는 수신되지 않는 ‘연애편지’일 것이다.



오늘은 마음산책에서 펴낸 <키키 키린의 말>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다음에 뵐게요.


* 이 글은 유튜브 <Analogue Radio>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방송 대본입니다. 본 방송은 https://youtu.be/UkLKmfsIcpY 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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