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nalogue Radio

[Read-hye] 5) 고양이 생활

애슝 씀, 자기만의 방 펴냄

by ThisJunghye

책 읽기 좋은 가을의 초입에

아날로그 라디오 ‘리드-해’, 다섯 번째 방송입니다.


9월이 오고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죠.

밤에는 좀 쌀쌀해서 두꺼운 이불을 꺼냈더니

저희 집 고양이들이 웅크리고 쉬는 모습이

가을을 느끼게 하는 요즘입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애슝 님이 쓰고 그린

자기만의 방에서 펴낸 <고양이 생활> 입니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애슝 님이 뮤뮤라는 고양이를 만나

경험하게 된 삶의 변화와 생각, 그리고 감정들이 담긴 그림산문집입니다.

표지를 보면 노란색 바탕에 고양이와 집사가 서로 곁에 있는 풍경들을 담고 있는데요,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털이 많은 동물을 반려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많이들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책 내지를 보면 애슝 님의 따뜻한 그림과 함께

이야기들이 담백하게 담겨 있는데요,

홀수 페이지 오른쪽 책장을 넘기는 부분에는

고양이와 관련된 언어인 ‘야오옹/찹찹/꾹꾹/고롱고롱’ 등이

쓰여져 있어서 고양이를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저는 7년 전에 고양이를 처음 반려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직접 구조한 고양이 한 마리랑 타인에 의해 구조 및 치료받아

저에게 입양된 세 마리까지 총 네 마리를 모시는 집사인데요,


고양이를 반려하고 살면서 삶의 스타일도 많이 변했지만

제 생각도 많이 바뀌더라고요.

낭창하게 꼬리를 흔들고 누워 있는 고양이를 볼 때,

자다가 고양이가 물 마시는 ‘찹찹찹’ 하는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던 고양이가 갑자기 다가와 몸을 부빌 때,


행복이라는 것이 거창하지 않으며 그 자체로 삶이 윤택해진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집’이라는 의미가 저에겐 그저 ‘밤에 자는 곳’ 정도였는지라

집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고 살았는데,

고양이를 반려하기 시작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그러다보니 집과 동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책을 보시면,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반려하는 생명으로서 고양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나의 시선,

그리고 그에 따라 내 생활과 습관이 서서히 변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제가 공감했던 한 단락을 읽어드릴게요.


그동안 뮤뮤에게 여러 숨숨집과 쿠션을 사줘봤지만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건 나의 세 번째 서랍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우연인 줄 알았는데 두 손을 써서 서랍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

편안하게 자리를 잡는 동작이 이제는 너무나 능숙해졌다.

방에 들어갔는데 세 번째 서랍이 열려 있으면

뮤뮤가 다녀갔구나 생각하며 서랍을 닫는다.

굳이 닫아놓는 이유는, 뮤뮤가 다시 방에 놀러 왔을 때

새로운 기분으로 서랍을 열고 싶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열려 있는 서랍보다는 닫혀 있는 서랍을 열고

그곳에 들어가는 게 더 매력적이고 기쁨 역시 클지도 모른다고 짐작해본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자기만의 방’에서는 단행본 안에

항상 별지로 책에 대한 작가와 편집자의 이야기를 따로 넣어주세요.

‘소식지’라는 명칭을 쓰시던데, 이걸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각 주제 따라 층이 다르고 펴낸 순서에 따라 방 번호를 받아 불려요.

이 책은 507호인데요, 507호에 입주한 독자들을 환영하고

책 주제인 ‘반려’에 대한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자방’ 인스타그램을 보면 출판사로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어서

앞으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응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애슝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종종 보는데요,

책을 읽고 나니까 저랑 여러 부분에서 공통점이 많은 분이어서

실제로 뵙고 대화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물론 반려묘 뮤뮤도 만나보고 싶네요!


이 책이 마음에 드셨다면, 자기만의 방에서 펴낸 다른 책인

임진아 작가님의 <(사물에게) 배웁니다>도 추천드립니다.


아울러 방송 청취자 분들에게 하나 부탁드릴 게 있어요.

농림축산부에서 이번에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인 TNR 관련해서 개정을 준비 중인데요,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잘 시키지 않는 2kg 미만의 고양이도 무조건 시킨다는 등

개정안에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동물권 단체 및 전국 길고양이 단체들에서

같이 항의를 한 덕분에 8월 26일에 간담회가 진행되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수정하기로 했습니다만, 불안한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동물이 함께 공존하며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TNR인데 이렇게 사업의 완성을 위해

숫자에 집착해 무분별하게 진행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소개 텍스트에 국민청원에 가실 수 있는 링크를 걸어놓을테니

많은 참여와 주변에 공유 부탁드릴게요.


오늘은 일러스트레이터 초보 집사와 첫 반려묘의 이야기인

자기만의 방에서 펴낸 <고양이 생활>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오늘도 행복하라냥!



* 이 글은 유튜브 <Analogue Radio>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방송 대본입니다. 본 방송은 https://youtu.be/PCSf_IUhOfU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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