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전 씀, 봄날의책 펴냄
여러분께 한 주에 한 권씩 책을 소개해드리는
아날로그 라디오 ‘리드-해’, 네 번째 방송입니다.
저희 동네는 며칠 동안 비가 계속 내렸는데요,
태풍 영향으로 남부 지방에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
여러분이 계신 곳에는 별일 없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홍은전 님의 <한겨레신문> 칼럼을 엮어
봄날의책에서 펴낸 <그냥, 사람> 입니다.
글을 쓰신 홍은전 님은 장애인 운동에 있어 대표적인 곳이며
현재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오랫동안 교사로 근무했으며,
퇴직 후에는 인권과 동물권을 주로 글을 쓰는 기록자로 살고 계십니다.
<그냥, 사람>은, 은전님이 2, 30대를 보낸 장애인 운동을 비롯하여
우리가 뉴스나 생활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 이슈들 속에서의
사람과 비인간동물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며
행동하고 다음을 바라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표지를 보면 약간 한지 같은 재질의 백지에
수묵화로 여러 유형의 사람들과 비인간동물들이 그려져 있고요,
그들의 가방, 모자, 휠체어, 개목걸이 등에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슴슴하면서도 노란색의 여운이 남는 것이 이 책의 글들과 표지 그림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잔상이 오래 남았어요.
이 책은 주제별로 묶지 않고 작가의 칼럼 기고 순서대로 수록되어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생각과 관심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한 발씩 나아가는지를 자연스럽게 읽어보실 수가 있습니다.
첫 글인 2015년 12월 칼럼에는 세월호 참사를,
마지막 글인 2020년 9월 칼럼에는 코로나19를 다루고 있는데요,
이 책을 읽다보면 여러분이 드라이한 뉴스로만 접하던 이야기들 속
당사자들과 그 옆에 있는 활동가들이 어떤 고민과 아픔을 안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겨냈는지 또는 안타깝게 지워져갔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책에서 다뤄진 현장들에 있었거나 연결되어 있었는지라
읽으면서 끄덕, 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가 몰랐던 속내나 감정들이 담겨 있어
‘아, 그랬었구나’ 하며 당시를 회상해보기도 했어요.
책에도 나와 있지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인 4월 20일에는
매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장애인들이 모여 함께 하는 큰 집회가 있습니다.
저도 대학생 때부터 종종 그 현장에 가서 지켜보거나 돕기도 했었는데요,
한 번은 박근혜 정권 때였는데요,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참가자들을
예년에 비해 전경들이 너무 강경하게 대응해서 같이 싸운 적이 있었어요.
한창 싸우고 나서 저도 모르게 이렇게 투덜댔어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하는 집회인데도 왜 이렇게 강경하게 하는 건가’ 라고요.
그때 옆에 계시던 분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겉으로 보기에 다들 동정심을 들게 하니 자기들이 불리할 것을 아니까
더 빨리 해산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겠냐고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러 차별과 부조리를 관통하는 문구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차별이 사라져서 노들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덕담처럼 했다.
선의로 한 말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말에 언제나 저항하고 싶었다.
노들은 차별받은 사람들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저항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차별받은 사람과 저항하는 사람을 같은 존재라고 여기거나
차별받았으므로 저항하는 게 당연하다고 쉽게 연결 지었다.
하지만 나는 차별받은 존재가 저항하는 존재가 되는 일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차별받으면 주눅 들고 고통받으면 숨죽여야 한다.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라고 하는 게 차별인 것이다.
모두가 침묵하고 굴종할 때 차별은 당연한 자연현상이 된다.
읽어보시면 글의 마지막 부분이 글에서 다룬 단체나 이슈에 대해
‘후원 또는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추천의 말을 쓰신 인권활동가 미류님의 표현처럼
‘그것은 누군가를 돕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계속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짓는 일’
이라는 생각으로 하나씩 봐주시고 참여해주시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발현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세상 속 이슈들 뒤에 서 있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담은
봄날의책에서 펴낸 <그냥, 사람>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평화를 빕니다.
* 이 글은 유튜브 <Analogue Radio>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방송 대본입니다. 본 방송은 https://youtu.be/VN3zcL43iMg 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