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원 씀,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한겨레출판 펴냄
아날로그 라디오 ‘리드-해’ 세 번째 방송입니다.
첫 번째는 인터뷰집, 두 번째는 그림책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신예 작가의 따끈따끈한 소설입니다.
제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김유원 작가의 <불펜의 시간>입니다.
우리 문학을 챙겨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특히 등단을 준비하면서 글쓰기를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아마 ‘한겨레문학상’을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일 먼저 읽었던 수상작이 박민규 작가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요, 제 주변 분들은 강화길 작가의 <다른 사람>이나
박서련 작가의 <체공녀 강주룡>을 많이들 읽어보셨더라고요.
이 책은 <불펜의 시간>이라는 제목처럼 야구를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그런데 야구를 알아야만 즐기실 수 있는 소설인 건 아니에요.
회사원인 준삼, 프로야구 선수 혁오, 그리고 스포츠 기자인 기현
- 이 세 청년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김유원 작가님이 대구에서 성장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준삼의 어린 시절이 담긴 시민운동장도 그렇고,
혁오가 소속된 타이푼의 홈 구장 풍경 등에서
대구와 삼성라이온즈를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꽤 있어요.
주인공 준삼과 혁오라는 이름도 아마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삼성 라이온즈 출신 그 선수 이름에서 따온 거 아닐까?’라며
좀 더 친숙하게 생각하실 것 같네요.
세 명의 주인공이 서로 다른 직업을 갖고 있고
다 같이 마주치는 적은 없지만
소시민이라는 어쩌면 출발점이 같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내가 출발한 운동장이 이미 기울어져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하지 않잖아요.
사회에 홀로서면서 그 기울기에 허덕이게 되고
절망하거나, 분노하거나, 그걸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게 되죠.
그리고 그 기울기를 초월한 채 자신과의 싸움 중인 혁오 같은 인물도
가끔씩 마주하게 됩니다.
제가 몇 달 전에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를 읽었었는데요,
그 책이 이 시대를 그려내는 대표적인 책 중 하나로 꼽힌 걸 봤어요.
하지만 저는 그 책보다는 이 책을 더 추천하고 싶네요.
다른 시대에도 있을 법한 일이지만
그 시간을 보내는 세 명의 주인공의 방식과
이 소설이 맞이하는 엔딩은 우리 시대를 잘 투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에도 담겨 있지만 김유원 작가가 전직 다큐멘터리 감독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을 만나고 사회 이슈들에 파고 들었던 경험들이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게 한 것 같네요.
문학상 수상작 이다보니 이 책의 말미에는 문학 또는 문화평론가,
소설가 분들이 써주신 추천의 말들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제 소감과 가장 맞닿아 있던
정용준 소설가의 추천의 말 중 일부를 읽어드릴게요,
작가는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영웅 서사가 아닌 실패한 인물이 서서히 하강하는
서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지점에 근사하게 커브를 걸어두었다.
그 작은 반등과 궤적이 인물에게 인식을 주고 새로운 마음을 주고
중요한 순간에 결심을 하게 했다.
자신의 삶이 성공했다고 여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늘을 정점이라고 믿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어찌 보면 우리 모두 불펜의 시간을 살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이 오르고 싶은 마운드를 스스로 정하기 위해 고민하고
애를 쓰는 이들에게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올림픽 전에 주문하고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받아서 읽었는데요,
스포츠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최근 야구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들이 있죠.
그래서 책 받고 나서 ‘아, 왜 지금 하필 야구?’라며 한탄했었는데요,
이 책을 읽어보시면 오히려 이런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는 사실에
운명처럼 느껴지실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세상을 넘어 자신을 찾아가는 세 청년의 이야기,
한겨레출판에서 펴낸 <불펜의 시간>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다음에 뵐게요.
* 이 글은 유튜브 <Analogue Radio>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방송 대본입니다. 본 방송은 https://youtu.be/wzAYuPprYE0 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