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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킴이 Sep 09. 2017

섣부른 이직 선택으로 깨달은 한 가지

돈이 다가 아니다.

지난 3월, 나는 3년 2개월을 몸담았던 회사에서 나와 이직을 선택했다.

3년이 고비라는 인생선배들의 조언과 같이 어김없이 나에게도 '직장 슬럼프'가 찾아왔던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 다른 사람들의 뒤치다꺼리에서 지칠 무렵 알고 지내던 선배가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해 왔고, 솔깃했던 조건에 맞춰 이직을 결심했다.


그렇게 이직한지 어느덧 5개월이 되던 날, 나는 하루에도 백번씩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선배의 소개로 이직한 회사, 즉 내가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그동안 오프라인 마케팅을 중점으로 해왔지만, 이제는 온라인 마케팅쪽으로 확장을 시켜보겠다며 나를 채용했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채용했다가 아닌 채용했었다, 즉 과거형이라는 것이다.

익숙한 일을 계속 하던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오프라인 마케팅의 대표적인 활동, 영업활동에만 집중했던 이 기업은 온라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쌓을 시간을 기다려줄 만한 인내심이 없었다. 그래서 마케팅 담당자인 내가 온라인 마케팅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오프라인 마케팅, 영업지원의 역할을 맡아주길 요구했다.(요구했다고 쓰지만 강요했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지)


그렇게 이 회사에서 지낸지 딱 5개월 만에, 나 스스로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글을 쓸 때 제일 행복한 사람인데, 이 회사에서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20% 정도도 되지 않았다. 글을 쓸 수 있었던 지난 직장과는 다르게 나는 내 커리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업무들을 맡고 있었다. 

늘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성실함이 이럴 때는 문제가 됐다. 어떤 일을 하든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나는 이번에도 주어진 일 만큼은 제대로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열심히 했던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성과를 인정받았으나 나는 점점 썩어 문드러지는 것 같은 자존감을 발견한 어느 날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이전 직장을 그만뒀을 때처럼 연봉이 더 높은 직장을 발견한 것도 아니고, 나를 오라고 할 회사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지금 그만두면 나는 요즘 트렌드에 가장 잘 맞는 '퇴준생'이 된다. 

평소의 나였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이 다가온다는 것에 굉장한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껴야할텐데, 사실 지금의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평온하다. 

연봉이 아닌, 세상의 평가가 아닌,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가는 지금 이 순간. 이 순간이 앞으로 살아갈 동안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직장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지금의 결정을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냥 버티고 있으면 월급 따박 따박 나오는 직업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그만뒀을까? 자책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딱 한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 내 스스로를 갉아 먹으면서까지 돈을 번다고 해서, 그게 과연 행복한 인생일까?" 정답은 없겠지만, 나는 적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취업 준비를 처음 시작했던 2012년, 지금 나는 그 때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았고, 그 일과 관련된 경력도 쌓았으니 적어도 그 때 보다는 조금 더 나은 연비를 갖췄으니까. 다음 여정의 출발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시동을 걸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야지. 

"내 인생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수 있는 여정일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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