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추천해주는 것 말고 내가 직접 골라보자
샴페인 고르는 법 어쩐지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사실 뒷 라벨에 한국어 설명이 있으니까 필요한 정보는 한국어로 보시겠지만, 가끔 전부 번역이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어의 경우에는 약자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같이 살펴보실까요?
RM. Récoltant-manipulant
와인메이커가 포도나무를 직접 키우고, 수확을 해서 직접 샴페인을 만드는 경우입니다. 병입 역시 와인 메이커의 이름과 브랜드를 걸고 하지요. 하지만 다른 와인 메이커들과 함께 협동조합에서 양조를 하는 경우에도 RM을 붙일 수 있으며, 같은 품종이라도 포도의 떼루아르가 다르기도 합니다.
RC. Récoltant-coopérateur.
위의 RM보다 조금 더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와인 메이커가 협동조합에서 와인을 만들고 2차 발효까지 진행한 후, 본인의 이름과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할 때 표기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NM. Négociant-manipulant.
원하는 포도를 사 와서 양조부터 진행하는 경우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유명 샴페인 메종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혹은 양조 진행 중에 회사가 생산라인을 사들여 네고시앙 회사 브랜드로 판매할 때 NM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MA(이하 설명) 라고 하면 꺼리는 경우가 있어서입니다.
CM. Coopérative de manipulation.
협동조합에 소속된 와인 메이커들이 각자 재배한 포도를 가져와서, 압착, 양조, 블렌딩까지 진행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샴페인 중 일부는 협동조합 이름으로 판매되거나, 와인 메이커가 다시 샴페인을 가져가서 본인의 브랜드로 출시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RC라고 표기합니다.
SR. Société de récoltants.
여러 명의 와인메이커들이 공동 브랜드를 가지고 판매 및 상업화를 같이 진행합니다.
MA. Marque d’acheteur.
소매업체나 네고시앙 업체에서 완성된 샴페인을 구입해 업체 브랜드로 상용화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업체는 샴페인의 완성 과정에 있어 전혀 개입하지 않습니다.
샴페인 하면, 브륏, 엑스트라 브륏, 드미 섹 등등의 문구를 볼 수 있죠. 이는 샴페인의 당도를 말합니다.
먼저, « Brut nature » 나 « zéro dosage 혹은 non dose »라고 쓰여 있으면,
리터 당 잔당이 3g 미만인 것을 말합니다. 샴페인은 병 입구에 모인 찌꺼기를 제거할 때 (불어로는 dégorgement) 당도 보충을 같이 합니다. 잔당이 3g 미만이라는 것은 이때 당도 보충을 전혀 안 했다는 뜻이며, 샴페인의 완성도에 자신이 있을 때 보통 이렇게 많이 만들죠. 작년 하반기부터 어쩐지 이 브륏 나뛰르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브륏 나뛰르의 칼로리는 샴페인 중에서도 제일 낮은 71.4 칼로리입니다. (100ml 기준)
« Extra-brut » 엑스트라 브륏.
리터 당 잔당이 6g 미만인 것을 말합니다. 당도 보충을 최소한으로 한 샴페인이며, 포도 본연의 맛이 가장 잘 느껴지는 것 같아서 사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칼로리는 74 kcal(100ml 기준)
« Brut » 브륏.
리터 당 잔당이 12g 미만인 것을 말합니다. 아마 가장 많이 보셨을 만한 샴페인이에요. 전체 샴페인 중 84%가 브륏으로 생산됩니다. 칼로리는 77 kcal.
« Extra-dry » 엑스트라 드라이
리터 당 잔당이 12g에서 17g 사이인 것을 말합니다. 보통 엑스트라 드라이부터 단맛이 본격적으로 나죠. 칼로리는 80 kcal.
« Dry » (sec) 드라이 혹은 섹.
리터 당 잔당이 17g에서 32g 사이인 것을 말합니다. 칼로리는 85 kcal.
« Demi-sec » 드미 섹.
리터 당 잔당이 32g에서 50g 사이인 것을 말합니다. 대중적으로 많이들 드시는 스파클링 와인과 당도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칼로리는 비교적 확 높아진 94 kcal.
« Doux » 두.
리터 당 잔당이 50g을 넘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단맛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지는 Doux는 사실 예전에 유행했던 스타일이에요. 21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샴페인은 매우 달았습니다. 그 유명한 돔 페리뇽이 마시던 샴페인도 잔당이 100g이 넘는 것이었죠! 그때만 해도 샴페인이 달아야 맛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또 샴페인은 달게 만드는 것보다 덜 달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양조 기술이 좀 더 발달하고 사람들의 미각도 달라진 지금은 덜 단 샴페인을 선호하죠. 게다가 샴페인 양조 과정에서 일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면 당도 보충을 더 해서 감추는 생산자도 있거든요. 당도가 높은 만큼 칼로리는 최소 97 kcal.
보통 엑스트라 드라이부터 두까지를 디저트용 샴페인으로 봅니다. 아무래도 당도가 높기 때문이겠죠?
샴페인이라는 이름은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샴페인 외에는 다른 어떤 상품에도 붙일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입생 로랑 조차 샴페인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를 샴페인이라고 출시했다가 결국은 반발과 논란 끝에 Yvresse(취기)라고 향수명을 변경해야 했죠. (관련 기사 참조)
샴페인에는 보통 빈티지가 없는 상태로 출시됩니다. 상파뉴 지방의 기후는 워낙 서늘하기 때문에, 포도가 알맞게 익은 상태에서 수확하기가 드물거든요. 그래서 여러 해의 포도를 섞어서 만들게 됩니다. 전체 샴페인 생산 중 약 9~10% 정도만 빈티지로 출시되며, 그조차 매년 출시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작황이 좋은 해에만 만들어집니다.
시음회를 진행하면 종종 받게 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면서 마무리할게요.
블랑 드 블랑과 블랑 드 누아는 무엇인가?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은 샴페인을 만드는 세 가지 포도 품종 중 유일한 청포도인 샤도네이만을 사용해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는 무엇일까요? 나머지 두 품종인 피노누아와 피노 므니에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섞어서 만들어집니다. 두 가지를 비교해보자면, 블랑 드 블랑은 조금 더 신선하고 상큼하며 꽃향기가 어우러지는 것이 매력적이고 장기 숙성하기 좋아요. 블랑 드 누아는 조금 더 무게감이 있고 과실 풍미가 좋으며, 전체적인 조화가 훌륭합니다. 그리고 피노 므니에만으로 만든 블랑 드 누아는 단맛이 덜한 경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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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의 역사를 짚어보자.
https://brunch.co.kr/@andreakimgu1k/9
레퍼런스:
https://www.champagne.fr/fr/deguster-apprecier/choisir-un-champagne/diversite-des-vins-de-champag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