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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몫 May 23. 2019

샴페인

우연이 만들어낸 세기의 음료일까?

샴페인 역사에 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마도 수도사 돔 페리뇽(Dom Pérignon) 씨가 샴페인을 발명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할 것입니다. 다만 이 설을 부정하는 전문가들도 꽤 있는데요. 어떤 영국인이 처음으로 샴페인을 개발했는데, 당시 돔 페리뇽이 그걸 맛보고는 "거품 때문에 병이 깨질지도 모른다."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니까 "돔 페리뇽은 샴페인을 맛보았던 사람 중의 한 명이지 샴페인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돔 페리뇽이 상파뉴 지방에서 샴페인 생산을 시작한 것은 1668년입니다. 샴페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2차 발효 역시 돔 페리뇽이 정립화한 것이니, '샴페인을 만든 사람은 돔 페리뇽이다.'라는 설이 유력한 이유는 이 때문이겠죠. 또한 돔 페리뇽은 적포도를 사용하여 화이트를 만든 최초의 와인 생산자이자, 1994년 이전에는 상파뉴 방식이라고 불렀던 전통방식(Méthode Traditionelle)을 개발해낸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 제조법을 개발하고 전파하였기에 오늘날까지도 샴페인 하면 돔 페리뇽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중세 이전의 유럽에서는 와인은 신성하게 여겨 성체 성사에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포도밭 자체가 수도원에 소속된 것들이 많았지요. 496년, 크리스마스날 클로비스는 상파뉴 지방의 랭스 대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동시에 프랑스의 첫 왕으로 즉위합니다. 이때 클로비스에게 왕관을 씌워준 사람은 생 레미 주교로, 에페르네에서 멀지 않은 와인 생산지 마을 출신이었습니다. 496년 이후로 축성, 대주교나 주교의 서임, 서품식, 왕의 대관식 등에 쓰이는 와인은 상파뉴 지방에서 만든 와인인 샴페인이 됩니다. 오늘날에도 이 전통을 이어받아 중요한 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샴페인을 터뜨리게 되었죠.

 
샴페인의 발포성(Effervescence)은 샴페인을 규정짓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샴페인 메이커들은 탄산보다는 발포성이라는 단어를 더 선호하시더라고요. 샴페인은 거품이 섬세하고, 부드럽고, 오래 입안에 남을수록 좋은 와인인데 탄산(Sparkling)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혀에 닿는 동시에 강한 존재감을 보인 후 금세 사라지는 거품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샴페인을 제외한 저가 스파클링 와인들의 거품이 부드럽지 않은 것도 한몫할 것이고요. 


샴페인의 이 발포성은 사실 누가 발명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발포성은 효모 작용으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미생물이 발효 과정에서 포도 내의 당분을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17세기의 샴페인 와인 생산자들이 꾸준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며 이 효모 현상을 살펴보고 정립화한 덕에 오늘날 우리들이 다양하고 품질이 일정한 샴페인을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샴페인은 으레 수확 직후 포도즙을 짜내자마자 바로 술통(cask)에서 발효시킵니다. 하지만 상파뉴 지방의 기후 자체가 서늘하다 보니 발효 과정이 매우 짧았어요. 또한 와인 자체에 남아 있는 아직 발효되지 못한 여분의 당분도 많았지요. 이런 까닭에, 긴 겨울이 끝나고 봄에 날씨가 다시 따뜻해지면 2차 발효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 때문에 샴페인의 맛은 겨울에 얼마나 추웠느냐에 따라 좌우되기도 합니다. 이 발효 과정을 거친 후 샴페인에는 거품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에, 더는 술통에 보관할 수 없어 병입을 하게 되죠.


병입 과정은 샴페인의 저장 및 배송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1600년대쯤 생산자들이 고안해낸 것입니다. 일반 술통과는 달리, 병에 담으면 발포성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잔에 따랐을 때 모양새가 더 좋을 뿐 아니라 기포가 더 오래가기 때문이죠. 샴페인을 술통 대신 병에 담아 팔자마자 생산자들은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한 품질을 차별화하고자 발포성이 좋은 품종을 섞어 와인을 만든 후, 봄에 접어들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병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두꺼운 병을 사용하여 병이 쉽게 깨지는 것을 막고 병 입구에 꼭 맞아떨어지는 병마개를 사용해 새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죠. 다른 와인병과 비교해 보셨을 때 샴페인 병이 더 두껍다고 느끼셨다면 아마 이 때문일 겁니다. 


1820년대까지만 해도, 샴페인 생산자들은 2차 발효를 더 신속하게 진행시키고자 덩어리 설탕을 대충 퀴베에 넣었어요. 몇 년 뒤, 와인 애호가들과 전문가들이 한 퀴베에 필요한 설탕의 총량을 계산해내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몰두합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와인 양조 부분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이 리터 당 약 4g의 설탕이 필요하다는 것을 계산해내죠.


알코올 발효 중 효모에 의해서 거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 자체는 그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발효되는 정도는 지나치게 예측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2차 발효는 알코올 발효 중 자연스럽게 생겨난 효모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내용을 미생물 연구로 유명한 파스퇴르 박사가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더 혼란에 빠졌는데요. 그 후로부터 몇 년 동안 꾸준한 실험을 통해 효모를 직접 배양해서 정확한 양을 사용하게 됩니다. 밀도가 높은 효모를 먼저 추려낸 후 발효되기 전의 포도 액에서 배양하고, 이 세포를 추출하여 와인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배양하는 것이죠. 20세기에 이르러서야 과학자들의 분석 끝에 효과가 더 우수한 효모를 파악할 수 있었고, 현재 병에서 진행되는 2차 발효에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더 우수한 효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상파뉴 지방에서는, 2/3 정도의 와인이 적포도를 사용하여 생산됩니다. 그래서 포도 껍질을 재빨리 제거한 후, 포도 알맹이만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로제 샴페인은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집니다. 일단 압착하기 전 침연 과정에 있을 때 적포도를 몇 시간 정도 더 오래 큐브에 두어 원하는 색깔을 얻어내기도 하고, 2차 발효 직전에 포도 품종을 섞는 과정에서 원하는 색깔이 나올 때까지 레드와인을 조금 섞어 로제 샴페인을 만듭니다. 그런 다음 병에 담아 2차 발효를 진행시키는 것이죠.


샴페인을 서빙하기 가장 알맞은 온도는 8도에서 10도 사이입니다. 이보다 더 온도가 낮으면 아로마를 느끼기가 쉽지 않고, 더 높으면 와인 자체의 맛이 무겁고 산뜻하지 않죠. 맛있는 샴페인을 구매하시면, 드시기 전에 얼음을 담은 버킷에 30분 정도 칠링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샴페인이 이미 차갑지 않은 상태라면 버킷에 담기 전에 4시간 정도 냉장고 아랫부분에서 보관하시는 것도 좋고요. 샴페인을 냉동 보관해서는 절대 안 되며, 가끔 이미 차갑게 해 둔 잔에 서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발포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므로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잔은 깨끗하게 닦아서 먼지가 없는 상태면 충분합니다. 차갑게 해 두지도 데워두지도 않은 실온에 둔 잔이기만 하면 되겠지요. :) 


샴페인 고르는 법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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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스파클링 와인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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