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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몫 Jul 04. 2020

코냑

프랑스를 대표하는 고급술

코냑을 한 번도 드셔 보시지 않은 분들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디로 코냑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코냑은 우니 블랑(Ugni Blanc), 폴 블랑슈(Folle Blanche) 및 콜롬바흐(Colombard) 품종을 90% 이상 섞어서 만드는 브랜디입니다. 10% 정도는 세미용, 폴리냥 등 다른 품종이 들어가도 된다고 해요. 실제로 코냑 지방에서 가장 많이 심는 품종은 우니 블랑입니다.(98%) 상파뉴 지방에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만을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있듯이, 코냑도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만든 브랜디만을 코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증류법으로 진을 만들던 네덜란드 영향을 받아, 당시 너무 신맛이 강해 좋은 평을 받지 못했던 코냑 지방의 와인을 증류하여 브랜디로 만들었던 것이 코냑의 시초입니다. 코냑 지방의 우니 블랑은 석회질 토양에서 자라는데, 이 우니 블랑으로 만든 브랜디 품종이 우수하다는 입소문이 유럽 시장에서 나기 시작하며 17세기부터 프랑스를 대표하는 고급술로 자리 잡았죠.


코냑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가장 간단하게 줄이면 구리 냄비에서 두 번 증류한 후, 오크통에서 최소 2년 숙성을 거치는 것이 코냑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위스키랑 비슷하게 들리지요? 실제로 증류법이나 큰 틀만 보면 양조 과정이 비슷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코냑을 만들 때는 설탕을 추가하거나 이산화황을 추가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증류 이전의 코냑은 와인이고, 최대한 순수한 와인 상태일 때 증류를 하기 때문이죠. 증류 과정을 거치다 보니 1ℓ의 코냑을 만들기 위해서는 으레 9의 와인이 필요하고, 그만큼 가격도 더 높습니다. 그리고 알코올 발효가 끝난 다음에는 젖산 발효를 하는데, 젖산 발효를 해야 코냑을 만드는 포도 품종 특유의 신맛을 조금 완화해 한층 부드러운 밸런스를 만들어내거든요. 그리고 오크통은 프랑스산으로만 사용하는 게 원칙입니다. 보통 증류는 11월 1일에 시작해 3월 31일까지 진행됩니다. 그래서 코냑의 빈티지는 보통 4월 1일을 기준으로 하죠. 2019년 4월 1일부터 2020년 4월 1일까지를 1 꽁뜨(compte)로 셉니다.



숙성 중인 코냑들


코냑 등급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Eaux-de-vie를 짚고 넘어가 볼까요? Eaux-de-vie(오드비)는 증류가 막 끝난 상태의 와인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생명의 물이라는 뜻이에요. 이 오드비는 최소 2년의 에이징을 거쳐야 코냑이 됩니다. 오크통에서 숙성 중 해마다 2%씩 줄어들며 색깔도 점점 짙어지죠. 이렇게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부분을 Angle's share(천사의 몫)라고 합니다.


평균 알코올 농도 70도를 훌쩍 넘는 오드비는 숙성을 거치며 50에서 60도까지 줄어드는데, 생산자가 원하는 만큼의 숙성이 끝나면 여기에 순수한 탈염수를 섞어 농도를 40% 정도로 맞춰줍니다. 일부 코냑 생산자는 와이너리에서 이렇게 물을 첨가하지 않은 오크통 상태의 코냑 그대로 판매하기도 해요. 이것만 찾는 마니아들도 있다고 합니다.


시음 후기를 써드리기로 해서 업무상 받은 코냑 샘플입니다. 과일이 들어간 것도 있어요.



코냑의 등급에는 크게 3가지가 있죠.


-V.S. (Very Special) : 최소 2년 숙성

-V.S.O.P. (Very Superior Old Pale) : 최소 4년 숙성

-X.O. Extra Old (기존에는 최소 6년 숙성이었는데, 2018년부터 최소 10년 기준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등급이 영어인 이유는 코냑이 처음 만들어진 당시 주요 고객이 영국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VSOP와 XO사이 등급인 나폴레옹, 빈티지, 레제브 파밀리알르 (Réserve Familiale), 트레 비에이 레제브(Très Vieille Réserve) 및 최소 40년 이상 숙성된 헤리티지(Heritage) 등급이 있습니다. 그리고 병에 pale이라는 문구가 있으면 다른 첨가물이 없다는 것으로 보시면 되겠어요. (일부 하위 등급에서는 숙성이 끝난 후에 캐러멜 색소나 설탕, 오크나무 칩 등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코냑을 고객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것 아시나요? 특정 코냑 생산자는 일부 생산라인을 아예 비워두고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 그대로 증류를 시작하여, 고객이 원하는 등급에 맞게 숙성되었을 때 병입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생산라인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0만 유로부터 시작하는 맞춤형 서비스라고 하네요. 일부 중국 소비자들은 직접 코냑 지방에 방문해서 본인들이 원하는 생산자를 찾아가 이 맞춤형 서비스를 예약한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코냑 1ℓ를 만드는데 9ℓ의 와인이 소요되는데 포도 수확량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선금을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주문 예약이 밀리는 때도 있다고 합니다. 내가 직접 생산에 관여한 코냑을 술장에 채우겠다는 야심, 우리도 한 번 부려 볼 날이 올까요?

코냑 메이커 Martell 방문 시음 (업계 관계자 only)


레퍼런스

https://www.canalvie.com/recettes/cognac-1.1799368

https://www.eater.com/drinks/2015/11/17/9747068/what-is-cognac

https://www.themanu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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