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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몫 Nov 24. 2020

보졸레 누보

매년 셋째 주 목요일에 출시되는 과실 맛 가득한 와인

세계적인 명성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보졸레 누보. 와인을 안 드시는 분들도 다들 이름은 들어보셨을 거 같아요.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보졸레 지방에서 매년 9월에 수확한 햇포도로 양조하여 같은 해 11월 3번째 주 목요일에 출시되는 와인입니다. 프랑스에서는 Vin de primeur라고 해서 그 해에 수확한 와인을 바로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18세기 이후부터 내려온 전통으로 이는 보졸레 지방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가끔 보졸레 누보를 설명하면서, '그 해에 수확한 와인을 바로 마시는 것이 보졸레 지방의 전통'이라는 정보도 있는데 잘못된 내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햇포도로 만든 와인을 마시게 되면, 와인이 에이징을 거치면 어떤 맛이 될지를 미리 짐작할 수 있어 특정 와인메이커들이 선호하는 방식이었죠. 현재 약 50곳 이상의 와인 생산지에서 이렇게 vin de primeur를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 아뻴라시옹의 경우에는 vin de primeur 판매 기간에 와인을 주문해서 집에서 충분히 숙성시킨 후 마시는 와인 애호가들도 많습니다. 특히 리옹 지역의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서는 오크통 사이즈로 보졸레 와인을 주문해두고, 11월 셋째 주에 오크통을 오픈하여 바로 피처에 담아 서빙하기도 하죠. 이 경우 와인을 다 마시고 나면 오크통을 와이너리에 다시 돌려주면 되니까 환경친화적이기도 합니다.


1937년 보졸레가 처음 AOC로 지정되었을 때, 햇포도로 만든 와인은 12월 15일 이후부터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 규칙을 같이 덧붙였습니다. 어느 정도의 숙성을 거쳐서 와인 맛이 안정된 다음에 파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가 1951년 11월, 보졸레 와인 생산자연합회에서 11월 15일을 보졸레 햇 와인 출시일로 공식 지정하였습니다. 추후에 보졸레 누보라는 이름 아래 팔리게 되죠. 1985년부터는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을 공식 출시일로 지정하게 됩니다.


보졸레 누보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와인 오크통 굴리기


보졸레 누보는 가메라고 하는 품종으로 만드는데, 한때는 부르고뉴에서도 피노누아만큼이나 가메를 많이 심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피노누아를 레드와인의 메인 품종(39.5%)으로 밀고 나서는, 약 2.5%의 면적에서만 가메를 생산합니다. 사실 부르고뉴의 떼루아르와 가메는 그렇게 궁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어요. 반 대륙성 기후로 대표되는 부르고뉴는 습하고 서리가 내릴 정도로 춥고 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이 특징으로, 이 기후에서 자란 가메는 떫고 신맛이 나며 정돈되지 못한 텍스처를 갖게 됩니다. (부르고뉴의 필립 2세 공작이 실제로 했던 말입니다.) 가메는 습기와 서리에 약하기 때문이에요. 반면 서쪽에서 부는 찬바람과 산맥을 넘어 몰려오는 습기를 크고 작은 언덕들이 막아주어 비교적 온난한 기후를 유지하는 보졸레 지방은 습기와 진균류에 약한 가메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편암과 화강암이 주로 섞인 보졸레 지방의 떼루아르 역시 과일향이 풍부하고 신선한 가메의 특성을 잘 살려줍니다. 장기 숙성하여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는 와인보다는, 숙성을 짧게 하고 탄산 발효를 거쳐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햇 와인으로 가장 적합한 품종이죠. 다르게 말하면 가메로도 오래 킵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들 수는 있지만, 가메가 아닌 다른 품종으로 보졸레 누보를 만들기는 적합하지 않을 거라는 뜻입니다.


다른 품종과 마찬가지로 9월에 수확한 가메는 4-5주 간의 짧은 숙성 과정을 거쳐 9월 말쯤 보졸레 누보로 탄생합니다. 그리고 와인 메이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1월 셋째 주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죠. 양조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다 보니, 탄산 침용 방식을 사용합니다. 미리 이산화탄소로 가득 채워 밀봉한 탱크에 수확한 포도송이를 넣고 침용하는 방식으로, 탱크 내에서 포도송이가 효모 발효까지 진행할 때까지 이산화탄소를 꾸준히 주입해주는 방식입니다. 이때, 가능한 포도 상태가 온전해야 하므로 줄기를 일부 포함한 포도송이째로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도알을 떼내려다가 되려 생채기가 생겨 침용 전에 알코올 합성이 진행되면 안 되거든요. 탄산 침용에는 full 탄산 침용 혹은 semi 탄산 침용 방식이 있는데 이는 와이너리마다 다릅니다. 다만 full 탄산 침용 방식을 진행할 경우에는 semi 보다 와인의 색깔이 조금 더 옅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탄산 침용 방식을 거친 와인은 딸기, 라즈베리 및 체리 등 붉은 베리류 아로마와 달콤한 풍선껌 아로마가 특징입니다. 과실 향이 강하고 탄닌이 약하며 12도 정도로 도수가 낮아 가볍고 편하게 마시기 좋은 와인이지요. 그리고 병입 전 필터링을 하지 않아, 입에 머금으면 과육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죠. 와인이 충분히 안정화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입안에서 약간 탄산감이 느껴지는 것도 정상입니다.


보졸레 누보가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해서 준비해본 Q&A로 마무리할게요.


Q. 보졸레 누보는 매년 햇포도로 만든 와인 중에서 가장 먼저 출시되는 와인이다?

A. 아닙니다. 수출은 되지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아르데슈 지방에서 가메 품종으로 만든 vin primeur 와인이 보졸레 누보보다 먼저 시장에 출시됩니다.


Q. 올해 구입한 보졸레 누보를 내년에 마셔도 될까?

A. 보졸레 누보를 파는 생산자들에 따르면 보졸레 누보는 구입 즉시 마셔도 좋고, 구입 후 최대 1년까지는 보관해도 좋은 와인이라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만찬의 애피타이저로 많이 먹는 생굴과도 훌륭한 궁합을 자랑하다보니, 의외로 크리스마스 때도 많이 마십니다. 보졸레 누보는 가볍고 캐주얼하게 마시기 좋은 와인이지, 오래 킵할 수 있는 와인은 아니니 설사 와인 냉장고를 갖고 있다고 해도 몇 년씩 보관하시기보다는 구입하신 지 몇 달 이내에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프랑스 소비자들은 4월 부활절을 넘기지 않는 것 같아요.


Q. 보졸레 지방에서 만든 와인은 모두 보졸레 누보인가?

A. 아닙니다. 보졸레 지방에는 보졸레, 보졸레 빌라쥬 및 보졸레 크뤼 등 총 12개의 아뻴라시옹이 있습니다. 이중 보졸레와 보졸레 빌라쥬 아뻴라시옹에 해당하는 지역에서만 보졸레 누보를 만듭니다.


 Q. 보졸레 누보는 어떤 음식과 매치해야 할까?

A. 보졸레와 가까운 리옹에서는 주로 샤퀴테리(소시지, 베이컨, 육포, 하몽, 살라미 등의 가공육)나 하끌레뜨(하끌렛 치즈 슬라이스를 녹여 찐 감자에 끼얹어서 다른 생햄과 같이 먹는 요리)와 많이 먹습니다. 이렇게 약간 느끼할 수도 있는 음식이 보졸레 누보 특유의 산뜻한 맛과 잘 어울리거든요. 프랑스 그 외 지역에서는 바비큐나 생굴을 먹을 때 보졸레 누보를 많이 매칭합니다. 한식과 매치할 때는 참기름, 깨 등의 양념이 과하게 들어간 음식과는 궁합이 별로인 거 같아요. 좀 매운 음식과 먹을 때는 서빙 온도를 조금 더 차갑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 피자나 그라탱과도 잘 어울리며, 치즈를 듬뿍 넣고 구운 찐득한 케이크와 함께 디저트로도 괜찮을 거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방울토마토를 으깨서 만든 떡볶이와 먹었는데 토마토소스의 새콤한 맛과 보졸레 누보의 과실 아로마의 궁합이 좋았어요.


레퍼런스:

http://www.winewisdom.com/articles/semi-carbonic-maceration/

http://www.vinsvignesvignerons.com/Geologie/Notion-de-terroir-viticole/Facteur-sol-et-terroir-viticole

http://www.vin-vigne.com/cepage/gamay-noir.html

https://www.vins-bourgogne.fr/nos-vins-nos-terroirs/nos-cepages-nos-couleurs/des-cepages-rois-pour-la-bourgogne,2392,91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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