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재할 수 있을까?
변하고 싶지 않은 가치들을 우선 선정하고, 그다음을 생각한다. 그다음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변해도 되는 것들이겠지만, 마냥 관조하듯 아무런 상관없다는 뜻은 아니다.
변하기를 바라고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은 매우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보이지만, 외부의 권위를 빌려 보다 편하게 내적 질서를 세우고 싶은 것이다.
지독히 반복적으로 보이는 일상을 새롭게 의식하여 충만한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모든 비교를 멈추고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것인데, 책에서 언급된 ‘비교는 기쁨을 도둑질한다’는 문장을 연관 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창작자의 의도와 시대의 요구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창작자로서 자신의 위치에 따라,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순수한 열정은 스스로에 의해서도 자주 곡해된다.
그렇다면 오리지널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복제, 각색, 모조품 따위에 대하여 그것들을 낳게 한 최초의 작품을 뜻한다. 그러나 때로는 오로지 나의 기호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조차 무언가를 답습하며 키워낸 취향의 집합인 경우가 많다.
번들 이어폰으로 듣는 심포니와 메이저 홀에서의 오케스트라 감상은 같은 음악을 들었더라도 전혀 다른 경험이다. 그리고 그것을 ‘깊게’ 들을 줄 안다는 것은 분명 누적된 경험의 질에 따라 정해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저자 릭 루빈의 디스코그라피를 따라가 보니, 역시나 프로듀서로서 많은 변화를 겪었더랬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창작자로서 성숙해지거나, 고였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진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회자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만, 이 책은 그러한 과정 중에 있을 때 내적 환기 및 자의식 강화를 위해 꺼내보기 좋을 법하다.
릭 루빈이 프로듀싱한 음악의 일부는 대중음악사에 기록될 만큼 문화적인 공헌으로 평가받는다. 평상시 즐겨 듣는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작품도 여럿이다. 저자를 참고해 내가 나를 프로듀싱한다면 어떤 불씨를 키워 마법을 부릴 수 있을까? 더 큰 사랑과 포용, 커다란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자의식 안에 내재된 나만의 리듬을 더 섬세하게 캐치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