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로상 Sep 01. 2024

죽음이 남긴 것과 그대로인 그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마치며.

죽음! 그 멀고도 가까운 심연은 언제까지나 미지의 세계로 기능하며 영과 육을 사로잡는다.


마지막 수업을 빙자한 스스로와의 대담 같던 이번 책은 인터뷰의 형식을 빌려서 마치 깊은 곳에 직접 숨겨두었던 신을 스스로 찾는 여정처럼 느껴졌다. 이어령 선생님의 다른 저서인 <한국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완독한 터라, 이번 책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듯 읽을 수 있었다.


우연과 필연을 넘나들며 엮고 엮이는 감각의 교차편집으로 가득한 통섭의 언어를 전부 흡수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웠으나, 이 역시 안다는 것과 깨닫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증명하기 위함이라 생각해 본다.


타인의 관심을 욕망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은 어찌나 외로울 때가 있는지.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해하며 목울대가 뜨거워졌던 무수한 날을 쌓아 용케 자라난 나는, 아직도 소외될까 두려워하기보다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고 세상에 늘 있을 내 몫을 하기 위해 바보임을 자처한다.


피와 돈, 언어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어설픈 정보와 이분법적 사고만으로 존재하는 완벽한 타인들에게서, 그토록 연마한 쓸모를 제거하면 그들은 종속되었던 시간을 보상받을 기회를 얻게 될까?


‘삶은 아무것도 속이지 않는다. 정직하게 시간의 칼을 휘두르며, 자기의 변화를 완성할 뿐.’


이성복 시인의 아포리즘이 담긴 문장이 떠오른다.


방향도 없고, 의미도 없고, 공유하고 좋아하며 지배당하는 체계 속 어딘가, 자기만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이들은 비극으로부터 자유롭다.

작가의 이전글 창조적 행위와 존재의 상관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