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거 아닌가?
용기, 신뢰, 진리, 사랑 같은 수식어들이 주변 모두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더 자주 닿길 바라며.
‘편안한 상태’하면 떠오른다. 먹은 만큼 주는 것에 익숙해지는 삶이나, 무언가를 나누며 충만해지는 일상 뭐 그런 것들.
애써 만들어 놓은 울타리에 균열이 생겼다. 체계적인 방식과 절차를 통해 삶이 흐른다고 생각하였는데, 근 몇 달 동안 일상 전반에 지장을 줄 만큼 개인적인 사건들이 한 번에 몰아닥쳤다. 이런 전개라니! 실체를 알 수 없는 쫓기는 느낌과 압박감이 차오르고, 시시콜콜한 농담이 귀할 만큼 속이 타들어간다.
그럼에도 평상시 같은 일상을 유지하려 몹시 노력한다. 산문집을 통해 어떤 안정감이나 낙관을 얻었다면 거짓말이지만, 피식거렸다. 나아지고 있고, 상황은 변한다. 새로운 문이 열려서, 어떤 문이 닫혔다.
까치밥을 남겨두었다. 둔해진 일상의 감각이 되돌아온 뒤 펼쳐보고 싶은 제목이 꽤 있다. 자꾸만 쥐게 된 왼손 이야기에 잠시 몰입한 내가 새삼스럽다.
하나의 스피커로 마스터링을 하고, 음악을 발매할 때 얼마나 즐거웠을까? 여행에서의 발견과 에피소드들은 또 어떻고. 나름대로 독특했던 십 대의 내 일상이 문득 스친다.
외부와 분리되어 전혀 상관없는 듯 살아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회적으로 뒤엉켜 무수한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온 인류의 과거가 말해준다.
하지만 외부의 일들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다. 무려 초연결 사회 속에 있지 않나. 나는 오래 푹 끓인 관계가 인스턴트보다 좋다. 이는 독립성이나 내적 평온, 충만함 등으로도 귀결될 테다.
‘사람 장기하’가 표지처럼 누워 세상사 별거 아니라고 잔잔히 쌓아온 이야기들을 꺼낸다. 다이빙을 하는 건가? 거울을 보는 중일 수도 있다.
보편자와 개별자를 오가며 사유하는 그의 온도는 분명 따뜻하다. 자아 정체감을 잘 형성한 사람의 안정감이 전해진다. 더불어 보편적으로 육감은 꽤나 정직하다는 것을 느낀다. 거짓은 말이 되어 소리로 나오지 않아도 냄새를 풍긴다.
통제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으니, 무력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는 말에 시시각각 변했던 감정과 상황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그냥 파도를 타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