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코스모스 안에서.
서울에 살고 있지만, 나는 ‘여기’에만 속하지 않는다. 가끔은 덴마크 시골에서, 가끔은 도쿄의 중심에서, 혹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나만의 좌표를 만들어 왔다.
그렇게 여러 시간과 공간을 지나며,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도 나를 알아가려 한다. 여정을 함께하는 이들 역시 알 수 없는 시차 속에서 어떠한 작용을 통해 만나게 되고, 멀어지게 된다. 이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된 이유도 어떻게든 의미로 다가올 수 있으리라.
코스모스는 단순한 과학서가 아니다. 이 책은 인간이 ‘우주’라는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다시 이해해 가는 여행기 같다.
저자 칼 세이건은 처음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시원점을 피한다. 우주는 반복되고, 되돌아오고, 확장되고, 수축된다. 윤회와 순환, 파동과 숨결처럼. 시작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나 역시 여행을 하며 그런 감각을 느꼈다. 새로운 땅에 도착할 때마다 ‘처음’을 묻는 건 무의미했다. 중요한 건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였다.
코스모스는 그런 감각을 글로, 빛으로, 감정으로 들려준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와, 너무나도 거대한 흐름 속에 잠겨 있다는 경외를 동시에 느꼈다.
저자는 시인이기도 하다. 별의 탄생을 말하면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탄소의 구조를 말하면서 인간의 고독을 꺼낸다. 보통의 과학자는 지식을 말하지만, 진짜 과학자는 그 지식이 어떻게 삶과 이어지는지를 묻는 사람이라는 것도 배웠다.
나는 대안적인 배움과 살아가는 방식에 늘 관심이 있다. 여행을 하며, 교육을 통해 사람을 만나며, 나만의 우주를 확장시킨다. 그 점에서 이 책은 한 번의 독서로 끝날 책이 아니다. 앞으로 내 안의 질문이 달라질 때마다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겠지.
인간은 늘 내일을 향해 사유하고, 그 가능성에 기대어 오늘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