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 경량문명의 탄생
우리가 익숙하게 믿어왔던 ‘안정’의 허상은 조용히 해체되었다. 한때는 큰 조직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삶의 안전망이었지만, 이제 ‘거대함’은 더 이상 보호막이 아니다. ‘희망퇴직’이라는 말이 매일 들려오는 시대, 회사의 이름보다 개인의 이름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 곱씹게 되었다. 과거에는 무게감, 즉 쌓아온 과거나 발자취가 곧 신뢰였지만, 지금의 세상은 가볍게 움직이는 자만이 살아남는다.(중심이 없는 이들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두렵지만, 두려움에 머무는 순간 이미 뒤처진다. 결국 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지위를 지키는 근성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함과 자신 그 자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끊임없이 가다듬고,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서는 태도야말로 이 시대의 생존 방식이다. 이미 모두가 여러가지 나의 증명을 위한 잡식성 일들을 한다. 그럴수록 한 길만 걸어가는/걸어왔던 이의 궤적이 더 돋보이는 것 역시 재밌는 아이러니다.
작가는 이 변화의 바람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가 훑고갈 공간은 내어준다. 진짜 충만감은 타인이 정한 기준이나 직급, 안일한 소속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작고도 확실한 감각에서 비롯된다. 누군가를 돕는 일, 나아가 나 자신을 돕는일,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과정, 스스로 성장했다는 깨달음이 삶을 지탱한다.
나는 어떻게 ‘가볍되 비겁하지 않고’, ‘냉정하되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