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삶을 살아가는 행복이란
영범의 예비형수가 온 다음부터는 진지한 이야기보다는 두 사람의 만나기까지의 과정이나, 치앙마이에서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대팔은 눈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사람들이 정의하는 행복이라는게 참 다양한 모양으로 함께하는구나 라는걸 느꼈다. 마치 그 동안 대팔이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살았지만 놓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행복한 삶의 모습을 두 사람은 그려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치앙마이의 밤공기엔 낯선 언어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대팔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언제부터 웃음을 계산하며 지어왔는지 떠올랐다.
"대팔아, 무슨 생각하냐?"
영범은 대팔에게 잔을 권유하고 있었다. 벌써 여러번 대팔을 부른듯 맥주잔을 흔들고 있었다.
"어? 아니야. 아무것도."
"쟤 저 멍하니 있는 표정 나오면 생각 되게 많은거야. 아마 쟤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저 고민 해결 못할거야 아마도."
"아, 대팔씨는 좀 생각이 많은 타입이셔?"
"일단 쟤가 나를 보러 여기까지 왔다는게 지금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까 형 내 이야기 좀 들어줘요 이건데, 아직 쟤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어."
"아~ 그래? 대팔씨는 치앙마이에 오니까 어때요? 생각이 좀 정리가 되었어요?"
한 사람이 물어볼 때에도 생각이 많았는데, 이제 두 사람이 물어보니 머리가 더 어지럽다. 뭔가 말을 내뱉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너 지난번에 형에게 연락할 때,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데? 왜 갑자기 여기 오겠다고 한건데?"
"그냥 형이 보고 싶어서?"
"에라이, 그랬으면 몇 번은 왔겠지. 매년 내가 갔는데 갑자기 네가 올리가 없다."
대팔은 잔을 채우는 맥주를 무심결에 바라보다가, 맥주가 다 채워지자마자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나답게 산다는 게 어떤 것일까에 대한 마음? 그런게 떠올랐어요." 말을 하면서도 대팔은 스스로의 대답이 너무 진부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대팔은 말을 이어나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도 쌓이고 연차도 올라가는데, 여전히 주도적으로 내가 무언가를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연관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다가 하루가 끝나니까 이게 맞나 하는 생각? 전 어렸을 때부터 패션이나 스포츠를 좋아했으니 백화점에 와서 좀 더 전문적인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은 맞는데, 그 이후가 없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 때도 그랬거든요. 그렇게 취업을 해서 다음은? 경험이 쌓이면 그 다음은? 그런 미래가 그려져있지 않다 보니까 저에게 몰아친 각종 컴플레인이나 업무들이 좀 버겁게 느껴졌나봐요.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예전엔 어땠는데?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어도 괜찮았어?"
"흠.. 예전에도 미래에 뭘 해봐야지 라는 생각은 하고 살았던 것 같기는 한데.."
"글쎄. 잘은 모르겠다만 너는 그렇게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이 현재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녀석은 아니었어. 대학교 때에도 어찌나 걱정이 천지던지 올해 말엔 뭐 해야되고 미래를 위해 뭘 해야되고 그런 이야기를 주절거리던게 내가 알던 신대팔인데?"
"그러게요. 저도 어디서부터 이 실마리를 풀어야할지 잘은 모르겠는데, 그래도 형이랑 형수님을 보니까 최소한 제가 이제까지 추구하면서 살아온 것에 대해서는 한 번 다시 생각해봐야겠어요."
실제로 대팔은 치앙마이에서 머무는 시간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각자의 모습으로 빛나는 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트북 하나를 가지고 카페에서 웹디자인을 하면서 살아가던 청년, 한 달씩 여행지를 돌면서 살기를 이어나가면서 영범네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 아침마다 카페에서 신문을 한가롭게 읽다가 노트북을 켜고서는 이 종목, 저 종목에 대한 매수 매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시던 중년의 어르신까지, 대팔이 휴가를 나오지 않았더라면 각양각색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만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뭐, 치앙마이에 일주일 여행 왔다고 해서 제 인생 고민이 끝나진 않을텐데, 적어도 꼭 지금같은 삶이 아니어도 다른 방향의 삶도 있구나.. 그 삶도 충분히 괜찮구나. 그런데 나는 그렇게 살아갈 준비도 되어 있을까? 에 대한 생각이 드네요."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평생 바라본 건 ‘더 나은 자리’였지, ‘다른 방향'을 딱히 바라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자기야. 대팔이 쟤 머리가 더 복잡해진 거 같아."
"응? 아니야 오빠. 그래도 다른 방면의 삶을 좀 보신 거 같은데?"
생각이 복잡한 대팔을 바라보면서 영범과 영범의 여자친구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대팔이 미처 그 변화를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치앙마이의 노을빛은 유난히 길었고, 대팔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여유는, 돌아가면 사치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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