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돌아갈 시간
"후.. 후.. 후.. 후.."
대팔은 치망마이의 구도심 구석구석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해는 이제 막 얼굴을 드러낼 새벽무렵이었다. 대팔은 마지막으로 치앙마이를 떠나기 전에 이 도시를 눈에 최대한 담아두고 떠날 생각이었다. 평상시 러닝을 할 때 이어폰을 착용하고 음악을 듣는 것과 달리, 오늘 대팔은 음악없이 본인의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서 달리고 있었다.
'다른 방향이라.. 다른 방향'
며칠 동안 대팔은 그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다른 삶의 방향에 꽂혀 있었다. 그만큼 현재 백화점 내에서의 그의 역할, 그가 하는 일, 그 일의 전문성이 과연 대팔이 원했던 일이었는지, 혹은 원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일인지 대팔은 현 시점에서 선뜻 맞다라고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팔이 현재의 생활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할 정도로 리스크를 떠안는 것을 선호하지도 않았다. 결국 대팔은 어떠한 결론을 내리거나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 귀국길에 몸을 실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왜 늘 같은 길만 걸어야 한다고 믿어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팔은 치앙마이를 돌면서 느꼈던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을 큰 수확이라 생각했다. 그 동안에는 여행을 다니면서도 소위말해 소확행을 한다던지, 파이어족을 한다던지, 디지털 노마드로 삶을 살아간다던지 하는 사람들을 듣기만 들었지 따로 만나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치앙마이에 있었던 1주일 남짓 동안 영범과 영범의 예비신부를 통해서도 소소하지만 알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애초에 한 달 정도만 살려고 하다가 아예 눌러버린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팔은 분명 본인이 지향하던 삶의 방식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이런 모습도 좋지 아니한가 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듯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영범네 커플과 마지막날도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대팔아. 종종 놀러와라. 치앙마이는 언제나 너한테 열려있단다."
"형, 다음번에 오면 저 이제 부려먹으시려고 그러죠!"
"지랄, 너 일꾼으로는 딱히 별로거든?"
"와~ 제가 뭐가 별로예요! 제가 있으면서 청소도 하고 빨래도 도와드리고! 어? 게스트들 말동무도 해드리고 어?"
영범의 여자친구는 둘을 한심하게 보고는 "자자, 대팔씨 이제 보내드려야 해요" 라면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으면서, "대팔씨, 만나서 반가웠어요! 조심히 귀국하시고, 우리 다음에 또 봐요!" 라면서 배웅을 했다.
"네 형수님, 결혼날짜 잡히면 꼭 알려주세요. 저 형은 안알려줄게 뻔하니 형수님이 알려주셔야 합니다. 여기서 하시더라도 알려주세요!"
대팔은 영범의 여자친구에게도 인사를 건네고는 공항으로 들어갔다. 웃고 떠들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지만, 대팔의 어딘가엔 조용히 어두운 그림자가 떨어져 있었다.
출국을 앞둔 게이트에서 대팔은 스스로에게 되뇌이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금 정신이 없어지겠지.. 마음의 여유도 없어질테고.. 잠깐 도피하려고 온 것이긴 한데.. 다시 정면으로 맞딱뜨렸을 때 나는 이겨낼 수 있을까.. 이제까지 잘 이겨냈는데, 잘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참 이게 뭐라고..'
그렇게 대팔은 1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접어두었던 일련의 문제들을 해결해야할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는 한국에 돌아와서 유심을 갈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치 밀렸던 연락들이 띠리링 띠리링대며 알람을 울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소소한 내용들이었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문자 메시지 5~6개를 한 번에 보낸게 있었다. 대팔은 그 이름을 보고 한숨을 푹 쉬고는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엄청난 반가움을 드러내면서 전화를 받았다.
"어이~ 신과장님~ 휴가 가셨다고 들었는데, 휴가라고 아예 연락을 받지 않았나봐요? 내가 며칠째 신과장님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말이지."
"선생님. 제가 회사에는 언제까지 휴가라고 남겨놓았을텐데, 얼마나 급하신 건이길래 제 개인폰으로 문자까지 이렇게 남기셨어요. 제가 복귀하면 어련히 연락을 드릴텐데요."
"아니~ 신과장이 알다시피 내가 다른 사람하고는 말이 안통하잖아~ 신과장님이 그나마 나를 좀 이해해주니까 어쩔 수 없었지~ 여튼 돌아왔으니 내일이나 모레에는 출근을 하겠네? 그럼 내가 모레쯤 갈테니 그때 얼굴이나 함 봅시다."
할말을 마치고 전화를 툭 끊어버리는 그는 박상철이었다.
대팔은 대팔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치앙마이에서 잠시 사라졌던 현실의 파도가, 다시 거짓말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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