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티는 끝났다. 이제 현실로 돌아올 시간
대팔은 '귀국선물 치고는 좀 가혹하네. 오늘까지는 휴가지에서의 즐겼던 기분을 좀 느끼고 싶었는데.' 라고 생각하며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휴가지에서 유심을 바꿨던 터라 국내 소식을 거의 일부러 듣지 않았기도 했고, 카톡도 일부러 보지 않았다. 그 정도로 대팔은 휴가지에서라도 잠시만 분리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팀원들에게서는 별도의 연락이 없는 것 같았다. 다행히 본인이 없을 때 박상철 고객을 제외하면 다른 일이 없었거나, 다른 일이 있었더라도 팀원들이 잘 처리해주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이 되고, 평소처럼 출근을 하려고 지하철 정류장에 선 대팔은 멍하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휴가 전에도 벌써 10년 이상을 겪었던 출퇴근길의 러시아워였다. 지하철에 사람 붐비는거 하루 이틀 아니었고, 버스에 발 디딜틈 없는 것도 늘 그래왔던 일이었는데, 오늘따라 지하철의 그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또 다시 이런 현실에 마주하고 있음에 짜증이 오르고 있었다. 고작 일주일 다녀왔을 뿐인데 본인도 왜 짜증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휴가에서 돌아온 게 맞긴 한데, 마음은 아직 어딘가 낯선 공기 속을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뭐지 이건.. 나도 어지간히 출근하기 싫은가보다. 짜증이 나는거 보면..'
이렇게 혼자 생각하고 지하철을 갈아타서 급행전철에 몸을 실었다. 급행 정류장으로도 열 곳 이상은 가야 하는데, 자리에 앉지 못해서 가운데에 서 있는 채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조금씩 조금씩 차다 보니, 중간 정도 왔을 때는 이미 발 디딜 틈 없었고,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다보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사람들 사이에 신경이 예민해 지고 있었다. 대팔은 문득, 이 소란이 휴가 전에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자기를 짓누르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지하철 출입구에 승객이 많습니다. 조금씩 안쪽으로 들어가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조금만 들어갈게요! 안쪽에 조금만요!!"
"여기도 자리 없어요!! 못들어가요!!
"열차 벌써 두 대나 보냈는데, 어떻게든 들어가야해요!!"
밀치는 사람, 안에서는 나가겠다는 사람, 밖에서는 이번에 안타면 지각이라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밀쳐서라도 들어가는 사람까지 아비규환의 연속이었다. 대팔도 몸이 낑겨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대팔은 그나마 열차 중간에라도 들어와 있어서 출입구 쪽의 혼란은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너는 집에 할아버지 할머니도 없냐? 어려서 교육을 어떻게 배운게야? 왜 경로석에 시퍼렇게 젊은놈이 앉아서 자기 자리입녜 하고 있는거야!"
"저도 아파요! 다리가 아픈 환자라구요."
"시끄러웟! 어디서 어른 앞에서 아프다고 환자질이얏!"
"아 진짜, 아침부터 왜 애들에게 난리예요. 저 못일어나요. 아프다는데 왜 난리예요!"
저기는 또 무슨 상황인가 하고 보니, 다리가 아파 보이는 청년이 노약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중간쯤 올 때까지 다른 어르신들이 그 앞에 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하필 성격이 좀 깐깐해 보이는 분이 그 앞에 가신 모양이었다. 젊은 친구는 나도 환자라서 일어날 수 없다, 어르신은 그래도 젊은 놈이 나보다야 힘이 있을텐데 얼른 일어나라고 채근질 중이었다. 평소였다면 그냥 외면했을 텐데, 오늘은 소음 하나하나가 신경을 긁어대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당췌 조용히 갈 일이 없네.. 아직 절반은 더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기가 빨린다 기가 빨려.' 대팔은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음악의 볼륨을 올렸다. 아무래도 오늘 생활소음은 대팔의 기분을 전혀 반영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여기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겨우겨우 회사에 도착한 대팔이었다.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가기 전, 그는 몇 초간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잡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과장님! 휴가 잘 다녀오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과장님 안계실 때 에르누아 명품 매장이랑 로플로라 화장품 매장 일로 난리가 났었어요." 대팔이 출근을 하자마자 시안이 쪼르르 달려와서 그 동안의 일을 보고하려고 왔다.
"아니, 에르누아 건이야 내가 아는데 로플로라 화장품은 내가 맡은 상품군도 아닌데 왜 그걸 나에게.."
"과장님, 그게요.." 라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시안이었다.
대팔은 이게 뭔가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아침, 대팔의 불길한 예감은 유난히 짙게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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