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결하고 싶었는데, 그랬어야 했는데.
시안은 순간적으로 윤호 과장을 찾았다. 아무래도 본인보다 당연히 경력도 경험도 많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윤호 과장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윤호도 며칠을 연속으로 출근하다가 오늘 하루 휴무를 잡아서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바로 팀장님께 전화를 드리는 것도 맞지 않았다. 아직 상황 파악도 안 된 채 윗선에 보고하는 건 더 큰 혼란만 만들 것 같았다. 그러려다가 순간적으로 규민을 봤다.
"규민 주임님. 어떻게 하면 좋아요?"
"일단 저희 둘이 같이 가보죠. 매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도 막아야 할 것 같은데.."
규민도 자신없어하는 눈치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얼굴을 굳힌 채, 조심스럽게 고객에게 다가갔다.
"고객님, 저희는 혜성백화점 명품잡화팀의 영업 담당자들입니다. 혹시 지금 어떠한 일 때문에 고객님께서 불편하실까요?"
"어떠한 일 때문에? 두 사람 한참동안 거기 멀뚱거리고 서 있던데, 내가 그 동안 하는 이야기 못들었어요?"
역시 상대방은 백화점 일을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이 상대방을 보니, 역시 대팔 과장과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그 사람이 맞았다. 그런데 오늘따라 평상시 보던 그 사람의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고,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만 남아 있었다. 대팔 과장 앞에서 늘 싹싹하던 박상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아, 고객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잠시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던 것은 맞는데, 고객님께 다시금 지금 일이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 확인하고자 고객님께 다시 여쭤보게 되었습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규민이 빠르게 사과를 하고 상황을 정리하려 한다. 규민의 목소리는 최대한 침착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시안에게는 그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박상철은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 팔을 휘이휘이 젓으며 알겠다고 한다.
"고객님,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매장은 고객님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공간인 것 같아서 상담실에서 마저 이야기를 나누시는게 어떨까요?"
"상담실요? 난 상담실 싫어하는데. 그냥 여기서 합시다! 왜, 싫어요?"
상철은 막무가내로 매장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규민과 시안은 얼굴이 벌개질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 다 업무 경험이 이제 겨우 만 2년차다. 이런 고객을 마주친 적은 처음이었다. 응대를 했던 경험이 없으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 고객님 죄송합니다만 지금 영업시간이기도 하고, 물론 로플로라 매장에서 어떠한 잘못을 했으니 고객님께서 화가 나셨겠지만 주변 매장도 지금 영업에 영향을 받고 있어서.."
"영향이요? 영향 받아야지! 고객을 도둑으로 몰았는데 지금 이 매장이 백화점에 있으면 안돼! 그 말을 들으니까 더더욱 다른 곳을 못가겠네요!! 지금 두 사람은 사태 파악이 안되요? 백화점 매장이 고객을 도둑으로 몰았다고! 내가 도둑질을 한 것은 1도 없는데! 본인들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으이!!"
시안의 말 한 마디에 상철은 더욱 열이 받은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열이 받아 있으면서도 정작 매장의 집기를 던지거나 하는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라, 고성을 지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할 뿐 교묘하게 선을 넘지 않고 있었다. 주변 고객들 가운데는 이미 직원에게 ‘경찰 부르는 게 좋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와중에 지구대 경찰이 왔다.
"무슨 일입니까? 하아, 또 어르신이세요?"
"내가 뭘요! 나는 잘못한 거 없다고. 뭐 경찰이 오면 내가 무서워 할 줄 알았나보네?"
관할 지구대의 경찰들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듯 선생님께 다가가서 적당한 말로 타이르고 달래고 하기를 몇 차례, 박상철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선다.
"무슨 일인지 꼭 제대로 확인을 하고! 신대팔 과장보고 저한테 연락 하라고 하세요. 두 사람이 제 컴플레인 해결해줄 것 같지도 않으니까!"
두 사람에게 쏘아붙이고는 박상철은 지구대 경찰을 따라 백화점을 나섰다. 백화점을 나서면서도 "이번엔 내가 진짜 억울해서 그러는거라고!" 라면서 경찰에게도 따지듯 말을 하는 박상철이었다.
겨우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고 규민과 함께 사무실에 올라온 시안은 그 길로 화장실에 갔다. 방금까지 버티느라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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