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는 왜 그랬었는지.
<시계를 5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정주시는 서울에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지방 도시이다. 정주시 자체가 인구가 많아서 도시에 주요 편의시설들이 많이 모여있는 편이고, 혜성백화점 역시 이 도시에 백화점을 오픈하고 운영하고 있었다. 이 점포는 상당히 알짜배기 매장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젊은 도시이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지역, 서울과는 다른 공기였다. 정신없이 밀려오는 압박도 없고, 사람들의 말투도 부드러웠다.
대팔은 서울지역에서의 근무를 끝내고 잠시 정주점으로 순환 근무를 와 있었다. 업무는 여전히 많았지만 도시 자체가 여유로웠던 덕에 서울지역에서 근무할 때보다 높은 근무 만족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 지역의 고객들도 전반적으로는 여유로워서 대팔은 고객 상담실에 갈 일도 많지 않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처음 내려왔을 때 3년 정도 근무를 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될 것이라고 했으니, 3년의 시간 동안 쉬는 날을 활용해서 정주시와 주변 지역도 많이 관광 다니고 할 요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여유롭게 근무를 서고 있던 날. 고객 상담실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대팔 대리님, 고객 상담실입니다. 여성 고객 한 분이 오셨는데, 말씀이 좀 느리신 편이세요. 선물을 받은 상품이 피부에 좀 안맞는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저도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워서요. 담당자분을 찾으시는데 잠깐 내려와주실 수 있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대팔은 빠르게 대답하고는 옷을 갖춰 입고서 상담실로 갔다. 상담실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고, 내려가서 상황을 확인해봐야 할 터였다. 상담실에 내려가보니,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고객이 앉아계셨다. 그런데 낯빛이 조금 안좋기는 했다. 고객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래 고민하다가 겨우 용기 내서 왔다는 느낌이었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정주점 1층 화장품을 담당하는 신대팔 대리라고 합니다. 선물 받으신 화장품이 피부에 좀 안맞으셔서 오셨다구요?"
대팔은 본인의 소개를 하면서 고객의 앞에 앉았고, 상대방은 아래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대팔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제가 몸이 좀 좋지 않아서 말이 좀 느립니다. 미리 양해를 좀 부탁드릴께요.."
"아.. 네네 물론입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고객님께서 하시고 싶은 이야기 다 해주시면 제가 최대한 해결을 위해 돕겠습니다."
"아.. 감사해요."
여성 고객은 그렇게 예의있게 말씀을 하시고는 본인의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했다. 이 제품을 남편에게 선물을 받았고, 기존에 쓰던 제품이 있어서 약 1년 정도가 지나서야 이 제품을 쓰기 시작했고, 고객님이 평소에도 피부가 조금 예민한 편이라 화장품을 쓰던 것만 쓰는데 남편 분이 큰 마음을 먹고 비싼 화장품을 사주셔서 쓰시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제품을 꺼내주셨는데 확인해보니 시실라 화장품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한 라인을 스킨부터 로션까지 쭉 사주신 모양이었다.
"아.. 고객님, 그런데 실례지만, 이 상품을 남편 분께서 사주셨다고 했는데 남편 분은 어디 계세요..?"
"그게, 남편이.. 지금.. 해외 파견을 나가서.. 한국에 당장 들어오기는 어려워요.."
"아.. 그러셨군요. 그럼 남편 분과 혹시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고객님께서 남편분께 선물을 받으셨다고 했으니, 혹시나 나중에 환불을 진행하게 될 경우에 남편 분께서 결제하신 카드나 영수증을 근거로 협력사에 요청을 하려구요."
여성 고객은 난감한 듯 이야기를 꺼냈다.
"저.. 그게 제가 휴대폰을 최근에 잃어버렸는데, 거기에 남편 휴대폰 번호도 있어요. 그게 해외번호라.. 제가 남편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대팔은 순간 벙찐 표정을 지은채 몇 초 동안 말을 하지 못했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객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고객님, 그래도 어렵게 오셔서 이야기 해주셨으니까 제가 고객님이다 생각하고 최대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볼게요!"
뚜렷한 이유는 없었지만, 대팔은 이 문제를 잘 해결해드려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초췌해보이던 여성 고객의 안색도 조금은 나아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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