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다시 돌아왔지만(6)

- 저는 아들이 아닌데요(?)

by 농도C




대팔은 우선 시실라 화장품 매장을 갔다. 시실라 화장품에서 판매하던 화장품과 고객의 피부가 맞지 않아서 트러블이 났을 경우, 어떠한 절차를 진행해서 환불을 해야 하는지 확인을 했다. 고객이 피부과에 가서 해당 제품의 사용으로 인해 트러블이 난 것임을 증명하는 의사의 소견서가 있으면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다. 물론 구매했을 때의 영수증도 필요하다고는 했다. 그런데 고객이 선물을 받았을 경우라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했다.


"대리님. 저희가 다른 제품으로 교환을 해드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고객님께서 그 부분을 원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작년에 구매하실 때 현금으로 구매를 하신 것 같아요. 고객 정보 이런걸 남기신게 없어요."

"쉽지 않네요. 알겠습니다. 다시 확인해보죠 뭐. 일단 작년에 이 시실라 세트를 구매했던 영수증을 쭉 찾으면 단서가 있지 않을까요? 건수가 많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네 대리님. 찾으면 연락을 드릴게요!"


매장에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대팔은 다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 설명을 했다.

"고객님~ 일전에 상담실에서 뵈었던 혜성백화점 정주점 신대팔 대리라고 합니다. 제가 여기저기 확인을 좀 해보니, 고객님께서 사용하시다가 트러블이 난 화장품의 경우 고객님께서 피부과에 가셔서 의사 선생님 진단서를 받으시면 저희가 도와드리기가 좀 더 용이할 것 같아요."

"아.. 그런가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고객의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졌다.

"네, 고객님. 이게 화장품을 절반정도 쓰신거라서, 저희도 협력사에 요청을 하려면 그러한 절차가 필요하긴 합니다."

"아.. 제가 병원을 좀 무서워해서, 병원에는 안가고 싶은데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순간 대팔은 '이게 무슨 소리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말을 이어나갔다.

"어.. 음.. 고객님! 저희가 지금 고객님 남편분의 영수증도 찾고 있고, 시실라 화장품 협력사하고도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고객님께서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피부과에 가셔서 의사 선생님 소견서 하나만 좀 받아주시면 제가 고객님을 도와드리기가 더 쉬울 것 같아요!"

"어.. 음.. 그럼 저기 미안한데.. 병원에 좀 함께 가줄.. 수 있을까요?"

"네? 병원에요?"

"이런 부탁 드리는 게 저도 이상한 거 아는데… 제가 병원을 정말 무서워해서요..."

"아.. 네, 일단은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릴게요."


대팔은 본인도 모르게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는 말을 하고는 통화를 끊었다. 이 여성 고객이 본인에게 왜 이런 부탁을 하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지난번에 첫 만남부터 이상하게 계속 엮인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마침 다음날 스케쥴러를 확인해보니 대팔이 쉬는 날이기도 했고 별다른 일정도 없어서 대팔은 다시 전화를 드려서 병원으로 모시고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대팔은 정주시의 한 대학병원의 피부과에 고객을 모시고 갔다. 고객이 예전에 갔던 적이 있다면서 대학병원으로 모시고 간 것이다. 그런데 고객의 두 손은 내내 무릎 위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어르신. 오랜만에 오셨네요! 어? 항상 남편분이랑 함께 다니시더니, 오늘은 아드님이랑 오셨나봐요~"

대팔은 "어? 저는 아들이 아니.." 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여성 고객이 "네 선생님. 남편이 한국에 없어서 오늘은 아들이랑 왔네요~" 라고 말씀을 하시는게 아닌가. 뭐 어쨌든, 대팔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뭇 대화가 심각했다. 화장품 사용에 의한 피부 이상으로 끊어드릴 수는 있는데, 지금 여자 고객의 상태는 단순히 피부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몇 년 전에 남편과 한창 병원 치료를 다니면서 항암 치료를 하고 재활하는 단계에서 다시 암이 재발을 했다고 했다. 지금은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전이가 일어나서, 고객이 화장품을 쓸 때에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트러블이 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팔은 병원을 나오면서 고객에게 말했다.

"어.. 고객님, 이게.. 빨리 남편 분에게 알려야 하는거 아닌가요..?"

"우리 남편.. 일이 잘 안풀릴 때면 연락이 잘 안와요.. 지금 일이 잘 안풀리는거 같은데.. 제가 남편 번호를 모르니.. 연락을 기다릴 밖에요.. 화장품을 환불하는 것도, 이런 말을 하기는 민망하지만.. 약값에라도 좀 보태려고 그래요.. 그이가 사업이 잘 안되는지.."

"그.. 자제분들은 안계세요? 형제 분들이나.."

여성고객은 씁쓸하게 미소를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남편이랑, 저 둘 밖에 남지 않아서.. 이럴 때 어디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더라구요.."

대팔은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벙찔 수 밖에 없었다. 무슨 감정이 들고 복잡하고 이런게 아닌, 그저 여성 고객이 처한 현재의 상황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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