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분! 돌아오셔야 해요!
대팔은 자신이 언제부터 이 일에 이렇게 깊숙하게 관여하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단순한 화장품 환불건이 어느새 한 사람의 말기 암환자를 케어하게 되는 일이 될 줄이야, 사실 지금이라도 화장품 환불 방법만 찾아서 고객에게 넘겨드리면 되는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대팔은 이상하리만치 본인이 좀 더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결국 대팔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아들~ 밥은 먹었고?"
"어 엄마. 저녁 먹고 이제 집에 들어가는 길이예요. 엄마는?"
"엄마도 이제 아빠랑 저녁 먹으려고. 어인 일이야 이 시간에?"
"아니 그냥요.. 내가 어쩌다가 여성 고객님을 모시고 병원까지 가게 되었는데 있잖아.."
대팔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조용히 다 들으시고는 "어이구 우리 아들, 내가 잘 키운 보람이 있네.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 라고 하시면서 칭찬을 해주셨다.
"아니 뭐.. 나도 이렇게까지 엮일 줄은 몰랐는데, 엮이고 보니까 어쨌든 실타래를 풀기는 풀어야 될 것 같아가지고.."
"그래 아들. 그래도 이왕 도와드리는거, 확실하게 도와드려"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아들에게 잘 도와주라는 말씀을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그랬다. 뭔가 오늘 병원에서 여성 고객을 보면서 느낀게, 엄마 같은 마음을 잠깐은 느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단서를 받았으니, 그 다음부터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협력사에도 연락해 진단서를 전달했고, 마침 시실라 화장품에서도 고객이 현금결제를 했던 영수증을 찾아서 현금으로 환불을 도와드릴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현금결제를 하면서 현금영수증 처리를 했던 정보를 기반으로 남성 고객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대팔은 이 남자에게 연락을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봐도 여성 고객의 몸상태가 심상치 않아보였고, 남편이 이 상황을 알아야 와이프에게 연락을 해서 돌아오든 조치를 취할 것 같았다. 그렇게 대팔은 남편이 돈을 벌러 떠났다는 나라 대사관까지 연락을 해서 수소문을 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남편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네. 박상철입니다."
"여보세요? 박상철님 되실까요?"
"예, 제가 박상철인데, 실례지만 누구실까요?"
"아, 저는 혜성백화점 정주점에 근무하는 신대팔 대리라고 합니다."
"예, 그런데요?"
"다름이 아니라.."
대팔은 그 남편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아내가 백화점을 찾아와서 화장품 환불을 이야기했다는 것부터, 본인이 병원을 함께 동행하게 되었는데 아내의 몸상태가 많이 나빠져 있었고, 일단 화장품 환불 절차는 모두 완료가 되었지만 그것보다 아내분이 남편에게 연락을 드릴 방법을 못찾아서 제까지 연락을 못하고 있었다는 말까지 드렸다.
"하아... 그런 일이 있었나요. 우리 아내 많이 아프던가요?"
"제가 병원을 따라갔을 때는 암이 다시 재발을 했다고 해서요.."
"하아.. 알겠습니다. 제가 와이프 폰으로 연락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여기까지였다. 대팔은 정주에서 박상철의 아내의 컴플레인(?) 이라고 하기에는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일을 도와준 사람이었고, 대팔이 연락을 취한 덕분에 박상철은 해외에서의 일을 빠르게 마무리 짓고 정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아내 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고, 대팔은 그 일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박상철은 뜬금없지만 추억 여행을 시작하면서 5년 전의 일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꽤나 많이 흘렀네."
"예 맞습니다. 아내 분 일로 만나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그때의 자네는 참 공감을 잘해주던 친구였네. 요즘 사람 같지가 않았지. 요즘 친구들처럼 빠르고, 정확하긴 했지만 정도 넘치고, 성실하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여전히 그 일만큼은 참 고맙게 생각한다네. 그런데 여기서는 더 이상 그때의 신대팔 대리를 만날 수는 없는 것 같구만."
아무래도 박상철은 오늘만큼은 컴플레인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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