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다시 돌아왔지만(8)

- 그 이야기를 제가 왜 들어야 하는 걸까요?

by 농도C

"선생님. 그런데 말입니다."

대팔이 박상철의 눈을 보면서 말을 했다.

"그때의 저 역시 신대팔이고, 지금의 저 또한 신대팔의 모습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에게 선생님은 그저 한 분의 백화점 고객이시고, 백화점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불편사항을 말씀하시는 고객이십니다. 제가 오늘 선생님을 뵙기 위한 것도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로플로라 컴플레인 때문에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지, 제 예전의 모습을 보기 위함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박상철의 얼굴에 잠시 씁쓸함이 엿보였으나, 이내 그는 얼굴을 고치고 대답했다.

"아, 내가 선을 넘은게로군. 맞네. 어떻게 보면 에르누아 건도 그렇고, 로플로라 건도 그렇고 내가 자네에게 계속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셈인데 거기에 한가롭게 과거 이야기를 꺼낸 셈이 되었구만. 알겠네. 그렇다면 에르누아와 로플로라 건에 대한 백화점의 입장은 무엇인가?"

"에르누아는 에르누아 본사에서 연락을 드릴 겁니다. 그쪽 CS팀에서 별도로 대응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로플로라는.."

"에르누아 CS팀에서 연락이 오는거면, 백화점에서는 그 이후에 손을 떼겠다는 말인가?"

순간 박상철의 얼굴이 바뀌었다. 본인이 생각했던 답변이 아닌듯 했다.

"아시다시피, 에르누아는 백화점과 임대 계약을 맺은 명품 브랜드이지 않습니까. 백화점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주세요 한다고 해서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건 선생님도 잘 아시잖아요. 더군다나 몇 년 전에 한정판으로 만들었던 상품을 지금 다시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거 같아요. 이 부분을 에르누아도 알고 있고, 따로 연락을 드린다고 합니다."

"알겠네. 그럼 에르누아 이야기는 브랜드와 하면 될 것 같고, 로플로라 직원들은 어떻게 할 셈인가?"

"선생님께서도 로플로라 직원들에게 징계를 주거나 자르거나 하는걸 백화점에서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나요?"

박상철의 얼굴이 순간 살짝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대팔의 이야기가 에르누아 건도 속시원하게 도와줄 수 없고, 로플로라 건도 도와줄 수 없다는 말로 들리는 것 같았다.

"결국 자네는 오늘 나에게 둘 다 어렵다는 말을 하러 온 거로군"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저 또한 결국 회사의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 가이드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니까요."


박상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겠네. 자네가 백화점을 대신해서 나에게 컴플레인을 해결하려고 말을 준 것이 그것들이라면, 나 또한 나대로 행동을 하겠네. 커피 잘 마셨네. 또 보세나."

이 말을 남기고 박상철은 카페를 나갔다. 대팔은 상철이 나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고는,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철이 남긴 말들이 대팔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 같았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대팔을 이준성 팀장이 맞았다.

"대팔 과장 고생했어. 박상철 고객이 무슨 말을 하던가?"

"백화점의 입장을 전달했더니 수긍하지 않으시네요. 본인대로 행동을 하겠다고 하시는데, 어떤 행동을 하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쳇말로 소란을 부리더라도, 교묘하게 선은 넘지 않으시는 분이라서요."

"그렇기는 하지, 여튼 고생 많이 했어."

"네 팀장님."

자리에 앉은 이후에 대팔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밀린 업무들을 처리해갔지만, 전과 달라보이는 모습 때문인지 시안과 규민은 대팔에게 쉽게 다가가지를 못했다.

"와.. 대팔 과장님 얼굴 엄청 경직되어 있으시네요. 무슨 말을 걸지를 못하겠어요."

"그러게요. 과장님 돌아오시면 몇 가지 여쭤보고 도움을 좀 받으려고 했는데 말이죠."

두 사람의 뒤에 윤호가 서 있다가 한 마디를 하면서 지나갔다.

"두 사람 업무 어려운건 제가 도와드릴테니, 일단 대팔 과장님은 본인 업무 집중하실 수 있게 도와드릴까요?" "아.. 넵 알겠습니다."


일이 마무리가 되었어야 하는데, 마무리가 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감정은 찝찝함이다. 생각대로 일이 잘 되지 않고, 상대방에게서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때의 느낌만큼 퇴근길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도 없을 것이다. 치앙마이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나름의 리프레쉬는 이미 저 멀리 떠나고 없었다. 다시금 유쾌하지 못한 하루만이 남아서 퇴근하는 대팔을 괴롭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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