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환상과 현실(1)

- 같은 공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우리들.

by 농도C

"주환아. 오늘 뭐하냐."

대팔은 주환을 불렀다. 대팔은 몇 달 동안 본인에게 있었던 변화들을 느끼고 지금이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 시기인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본인을 가장 잘 이해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친구는 늘 그랬든 주환이가 1순위였다.


그렇게 주환과 약속을 하고, 치킨에 맥주 한 잔을 하러 근처로 향했다.

어느덧 한 해가 끝나가고 있었다. 휴가를 가을 늦게 다녀왔고, 그 이후에 박상철의 컴플레인 처리 등을 하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 정도로 대팔은 이미 지쳐 있었다. 이윽고 주환이 왔다.

"야 대팔아 미안. 오늘 와이프한테 이야기한다고 혼났네."

"아, 제수씨한테 내가 연락이라도 할 걸 그랬나보다."

"아니야. 다행히 엄마 찬스를 써서 엄마가 애기 봐주고 계셔."

"아, 어머님까지.."

"그 정도로 네가 뭐 힘들어 보이니까 급하게라도 처리하고 나오긴 했다. 그러니 오늘은 네가 사라."


주환은 대팔의 긴급한 연락에 스케쥴을 조정하느라 힘들었다는 듯 이래저래 티를 내고 있었다. 그래도 대팔은 그런 주환이 늘 고마웠다. 이제 주환도 어느덧 한 아이의 가장이었고, 그 아이는 세 살을 지나고 있었다. 최소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림에 있어서는 대팔보다 주환이 빨랐다. 맥주가 서빙되고, 이윽고 안주도 들어왔다. 두 사람은 잔을 부딪히고 한 잔 원샷을 한다.

"크으~ 술맛이 쓰네. 주환아. 올해 내가 삼재가 오기라도 했나, 왜 이렇게 어려움의 연속인지 모르겠다."

"말 안해도 네 마음이 이해는 될 것 같다. 휴가 돌아오자마자 연락이 왔다며."

"어, 그러고는 말이다.."


대팔은 주환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털어놨다. 팀원들이 컴플레인을 제대로 처리를 못해서 일이 커져 있었고, 박상철을 잘 아는게 나라는 이유로 컴플레인이 넘어와 있었고, 고객도 나를 만나는 것을 원하는 것 같으니 본인이 해결을 하고는 있지만 이것을 본인이 해결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들었고, 박상철을 만났는데 옛날 이야기를 꺼내서 기분이 많이 복잡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팔아."

주환이 맥주잔을 짠하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우리는 이상적인 삶을 늘 추구하고 살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네가 처음에 백화점이라는 공간에 이상을 느끼고 입사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상적이었던 모습이 깨지는 것을 경험한 것처럼 우리의 직장생활은 너도 잘 알겠지만 현실의 연속인거 아니겠냐. 나도 뭐 마찬가지고."

"그치.. 우리 모두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지.."

대팔은 맥주를 들이키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영범이형 얼마 전에 보고 왔는데, 얼굴에서 여유가 보이더라. 뭔가 내 얼굴과는 달라 보였어. 치앙마이에서 결혼한대. 형수님도 뵙고 왔는데 둘이 참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나는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이상은 어디가고 하루하루 현실에 치여살다가 지금은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더라."


주환은 넋두리를 하는 대팔의 모습을 보면서 치킨 하나를 들어 우적우적 씹는다. 사실 대팔이 하는 고민은 비단 대팔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주환 또한 나름대로 생각하는 삶 대비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었고, 그래서 주환은 3년 전에 이직을 한 번 했었다.

"내가 그래도 대팔이 네가 안해본 이직도 해보고, 결혼도 해보고, 애기 아빠도 되어봤잖니. 내 생각에는네가 깨져보고 싶으면, 도전을 해보는게 맞는 것 같아. 그 곳이 더 좋은 곳일지, 더 나쁜 곳일지는 가보지 않으면 몰라. 또 지금의 시기가 지나서 백화점에서도 안정된 시기가 올 수도 있고, 더한 어려움이 와서 너를 흔들어놓을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은 네가 도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거야. 그러니까 네가 잘 생각을 해봐 한 번."


사람이 늘 좋은 결정을 할 수는 없다. 어떤 결정을 통해서 삶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고, 부정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주환의 입장에서 봤을 때 대팔은 이제까지 본인의 커리어를 바꿀만한 일도 많지 않았고, 입사했을 때에 비해서야 만족스럽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본인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었기에 이 참에 그 부분을 잘 생각해보라는 취지로 말을 건넨 것이었다.

대팔은 주환과 헤어지고 집에 가면서 멍하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두웠던 하늘에 구름 한 점이 보이질 않았다. "나도 저 하늘처럼 마음이 평안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하는 대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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