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환상과 현실(7)

- May I be Happy?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요?

by 농도C

몇 달이 제법 빠르게 지났다.

에르누아 명품과 로플로라 화장품의 컴플레인이 끝나고, 그 이후에도 타 브랜드의 다른 소소한 컴플레인은 늘 발생하는 일이였지만 대팔은 박상철 고객을 상대하면서 노하우를 한 번 더 터득이라도 한 것인지, 그 이후 그에게 벌어진 컴플레인은 어렵지 않게 해결해 나갔다.

그 사이에 영범 커플은 결혼을 한다면서 청첩장을 보내왔다. 건기에 결혼을 해야한다면서 2월에 치앙마이에서 식을 올릴거라고 했다. 한국에서 여기에 올 지인이 몇 없다고 대팔에게 오라고 신신 당부를 했다.


"대팔아! 기왕 오는 김에 동계 휴가를 여기로 쓰면 되잖아! 와서 형수랑도 간만에 이야기 좀 하고, 여기 오는 사람들 중에 네 짝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X소리 하지 말구요 형. 어쨌든 가기는 갈게요."

"응! 알겠다! 그나저나, 너 하던 고민은 어떻게 된거냐?"

"몰라요. 여기서 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와요?"

"아니, 인생의 큰 그림이 바뀔 수도 있는 고민인데 물론 쉽게 끝날 것이란 생각은 안했지만 그래도 뭔가 가닥이 잡혔나 해서 물어봤다!"

"가서 이야기해요 형. 그때까지 준비나 잘 하구요!"


'하여간.. 오지랖은..'

대팔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영범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대팔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희미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언제나 영범과의 통화는 어디로 어떻게 튈 수 없다는 것에 매력이 있었다.

'생각? 하기야 엄청 많이 했지. 결론이 나지 않아서 그렇지.'

몇 달 전에도, 지금도 대팔은 여러 가지 상황에 사로잡힌 채 고민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직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지원서를 넣고 연락을 기다리곤 했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서류는 탈락이었다. 꼭 이직을 하고 싶다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 곳의 생활에 만족스러운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포지션이었다.


"주환아. 매번 너랑 술자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최근 몇 년동안 내가 살아가면서 꿈꾸는 이상향이 무엇이었는지, 현실의 어떤 부분에서 내가 싫은건지를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대팔은 오랜만에 주환이랑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원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고 살지 않냐. 너도 나도 평범함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이고."

"아 맞다, 영범이형 2월에 결혼한댄다. 너 연락 받았어?"

"어, 나도 연락 받긴 했는데, 나는 그때 회사 업무가 많아서 휴가를 내진 못할 거 같고, 네 편에 축의금 보낼께."


주환은 소주를 따르면서 말을 덧붙였다.

"여튼, 영범이형처럼 꼭 삶의 큰 욕심이 아니더라도 거기에 자기 이상향이 있는거면 그 곳에 가서 꿈을 찾는거고, 우리처럼 이 곳에서 무언가를 찾고자 노력을 한다고 해서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겠냐."

"그러게 말이다. 내가 너무 부표 같이 막 표류하는 것 같아서 불안한데, 또 막상 갈만한 회사가 확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 회사에서 나를 뽑아주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하네."

"꼭 이직이 답은 아닌거 아니겠냐."

"그냥 이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게 답이 아닌건 확실해. 내가 생각했던 이상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도 확실하고. 내가 처음에 생각한 백화점의 공간은 이게 아닌데, 지금은 뭐 고객들에게 치이고 브랜드에 치이고 윗분들께 치이고 이리저리 치이는 삶이다."

"잘 생각해보자 대팔아. 행복이 어디 멀리 있는건 아니다."

"그치, 행복.. 참 어려운 단어다 그 단어."


대팔은 주환과 헤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잠시 술도 깰겸 걷기로 했다.

길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폰을 꽂고는 노래를 틀었다. 하필 랜덤으로 돌렸는데 이번에 나오는 오래가 DAY6-HAPPY 였다.

"지랄맞게 노래마저 HAPPY 타령이네."



'그런 날이 있을까요 꿈을 찾게 되는 날이요

너무 기뻐 하늘 보고 소리를 지르는 날이요

뭐, 이대로 계속해서 버티고 있으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요'



대팔은 노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으면서 흥얼거리며 집에 걸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대팔의 현재 심정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노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사말 하나 하나가 대팔의 머리에, 심장에 그대로 때려 박히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도 비교를 많이 하게 되더라도, 내 스스로 삶의 방향성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고 있더라도, 혹은 그저 다 내려놓고 싶다가도 이대로 계속해서 살아서 버텨내고 있으면 또 언젠가는 하늘에서 답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대팔은, 그렇게 오늘도 상상 속의 HIGH-END 를 그리면서 하루를 끝냈다.


#웹소설 #백화점 #컴플레인 #소설 #픽션



ChatGPT Image 2026년 1월 14일 오후 04_06_27.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