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구독을 시작했다.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첫째 아이의 요청(?)으로 하게 되었다. 종이의 물성 때문에, 책은 종이책만 봤다. 좋은 구절은 펜으로 줄을 긋고 한쪽 귀퉁이를 접어야 읽는 맛이 났다. 종이 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음 페이지를 넘길 때의 느낌도 종이책의 중요한 매력 중 하나다. 이를 최대한 따라 하려는 전자책을 본 적이 있다. 손맛을 느끼진 못해도, 책장 넘기는 소리는 들렸는데 나쁘진 않았다. 아이패드 펜슬로 글을 쓸 때, 연필 소리가 나게 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디지털의 실용성과 아날로그 감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다. 가끔은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는 것으로 보여 놀라기도 한다. 이 속담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순 없다.’ 요즘 시대에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여야 한다고 썼다. ‘한 번에’라는 수식어를 붙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첫째 아이도 책을 좋아한다.
다양한 책을 보고 싶은데, 일일이 사는 것도 그렇고 매번 도서관에 찾는 것도 좀 그랬나 보다. 디지털이 익숙한 아이들에게 전자책은, 이런 부분을 해소해 주는 좋은 도구다. 더 좋은 건, 책을 일일이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구독하면 모든 책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아이디 하나가 있으면 몇 대의 기기로 볼 수 있으니, 공유도 가능하다. 첫째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원하는 책을 언제든 볼 수 있는, 이 플랫폼이 딱 맞는다는 생각을 한 거다.
플랫폼에 들어가 살펴봤다.
구독 서비스가 맞았다. 첫 달은 무료로 이용하고 다음 달부터 청구되는 시스템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이폰이 안드로이드폰보다 2천 원 더 비쌌다. 그래도 이 비용으로 원하는 책을 언제든지 볼 수 있다면,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권의 책을 골라 읽으면서, 더 좋은 혜택을 찾게 되었다. 예전에 읽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좀 읽다가, ‘뭐지?’라는 생각이 든 책들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구매한 책은 마음이 쓰렸다. 이 플랫폼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구독 서비스라, 과감하게 덮어도 된다. 읽다 덮는다고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와 달리, 경계(?)할 필요가 없다. 원하면 바로 선택하고 읽으면 된다.
3일 동안, 4권의 책을 담았다.
최근에 알게 된 책과 서점을 돌면서 눈에 띄었던 책을 담았다. 서점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뭐지? 왜 사람들이 이 책을 그렇게 찾는 거지?’ 이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계속 읽어갔다. 20~30페이지 정도 읽었을 때쯤, 그냥 덮었다. 더 읽을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시간을 존중한 이유도 있지만, 잡념이 들어 도무지 읽기 어려웠다. ‘왜?’라는 물음표가 도무지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좀 더 살을 붙이면 이렇다. ‘왜? 이 책이 잘 나가고 있을까?’
글은 글이고, 책은 책이다.
내가 내린 결론이다. 글이 좋다고 책이 잘 나가는 것도 아니고, 글이 별로라고 책이 안 나가는 것도 아니다. 글과 책은 별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번만이 아니었다. 서점 근처를 지나갈 때면, 종종 들려서 책을 훑어본다. 최근 추세를 알아보기 위해 베스트 셀러 코너를 주로 살피는데, 이런 생각을 가끔 했다. ‘이 책이, 왜?’ 물론 개인의 취향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독자들의 욕구를 파악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설득되지 않는 책도 더러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작가로서 질투심이 삐져나와서일지도 모른다. (아니, 맞다.)
스스로 질문해 본다.
“독자가 원하는 글을 쓰는 게 맞을까?”, “독자가 내 글을 알아줄 때를 기다리는 게 맞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하자!” 더 잘 쓰기 위해, 더 잘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자. 더 잘 쓰기 위해,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자. 더 잘 쓰기 위해, 관련된 노력을 더 많이 하자. 더 잘 쓰기 위해…. 그렇다. 누구를 시기할 것도 누구를 탓할 것도 아니다. 내가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이니, 더 영글 때까지 인내하며 나아가자. 이것이 최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