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났지만, 기억하는 광고의 한 장면이 있다.
어떤 회사의 광고인지는 기억나지 않은데, 통신사 광고였던 것 같다. 어느 회사 광고인지 기억하지 못하니, 광고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할까? 회사는 기억하지 못하고 광고만 기억하니 말이다. 광고 얘기가 나와 한마디 덧붙이면, 광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광고 업계 종사자분에게 들은 이야기니, 빈말은 아닐 거다. 판매 효과가 나는 광고와 대회용 광고라고 한다. 전자는 본질에 충실한 광고다. 내용은, 요즘 용어로, B급 광고일지 몰라도 판매는 A급인 거다. 후자는 이와는 반대다. 광고 대회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판매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다. 아무튼.
광고의 장면은 이렇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다. 한 커플이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데, 남자가 서둘러, 기사님께 내리겠다고 말한다. 여자의 표정으로 봐서는 목적지가 아닌 곳에서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결제하고 내리는데, 여자가 왜 여기서 내리냐고 묻는다. 남자가 말한다. “날씨가 좋잖아!” 그리곤 환하게 웃는다. 택시가 선 곳에는 노부부가 서 있었다. 노부부는 커플이 내린 택시에 오른다. 남자는 택시를 잡지 못하고 서 있는 노부부를 발견하고, 택시에서 일부러 내린 거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말이다. 광고를 보는 마음이 참 따뜻했다. 따뜻한 마음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날씨가 좋다.”
이 표현은, 보통 언제 사용할까? 요즘처럼 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면서, 맑고 따뜻한 날에 사용하는 표현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따뜻한 볕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다. “아! 날 참 좋다!” 그렇다. 이런 날 날씨를 좋다고 말한다. 광고처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날씨가 좋다고 하면 사람들이 눈을 비스듬히 내리깔고 쳐다본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날씨를 말해도 그렇다. 나는 비가 오기 전, 어둑한 날씨를 좋아한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날, 이런 날씨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며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하긴 그런 날씨를 우울하게 보는 사람들은, 우울한 마음이 있는 듯 보일지도 모르겠다.
매우 주관적이다.
날씨가 좋다고 하는 표현은, 매우 주관적이다.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날씨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로, ‘좋다’는 표현을 ‘맑다’라는 표현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는 한다. 그러니 그와는 다른 혹은 반대되는 날씨를 좋다고 표현하면 눈빛이 달라지는지도 모른다.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틀린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할 때 나오는 반응이 판단이다. ‘다르구나!’가 아니라 ‘틀린다!’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맛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색깔도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다른 것을 틀렸다고 표현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판단이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다는 것도 그렇다.
무엇이 좋은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호흡이 가쁘고 더는 힘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를 좋다고 표현한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가? 가만히 편안하게 있는 상태를 좋다고 표현한다. 운동 하나만으로도, 좋다는 표현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또 하나. 좋은 것과 원하는 것도 다르다. 원하는 것이 본능적으로 바라는 것이라면, 좋은 것은 도움이 되는 것을 말한다. 원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원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것을 준다.
원하는 것도 주지만, 그것이 좋지 않거나 나쁘다는 것을 아는 이상 잘 주지 않는다. 술이 좋다는 남편을 위해 매일 술을 내주는 아내는 없다. 적당히 마실 것을 권하면서 자제할 것을 요구한다. 남편이 원하지만, 과하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가릴 때, 이 부분을 잘 피면 좋겠다. 원한다고 무작정 주는 사람인지, 좋은 것을 살펴서 주는 사람인지를 말이다. 원하지 않지만, 좋은 것을 주는 사람. 그 사람이 진정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