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곤지암 성당에서 미사 참례를 했다.
근처에 일이 있어서 가게 되었는데, 시간 여유가 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해 보니, 근처에 성당이 있었고 미사 시간도 맞아떨어졌다. 낯선 성당에 갈 때는 약간의 설렘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것과 그곳에서 보게 될 새로운 모습들이 기대된다. 우연이 주는 기대감이랄까? 약간 구석진 곳에 있는 성당에 도착했는데, 마당 같은 주차장이 보였다. 구획선이 없었다. 주차된 차들 옆에 가지런하게 주차했다. 마당 둘레에는 별도의 담장은 없었고 대신, 십자가의 길 각 처 조형물이 정렬되어 있었다.
성전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뒤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미사가 시작되었고, 전례 순서에 따라 진행되었다. 신부님 강론 시간이 되었다. 처음 방문한 성당에 가면 기대되는 시간이다. 처음 찾은 성당에서는, 공간의 새로움도 기대되지만, 강론 시간이 매우 기대된다. 어떤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된다. 이후에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듯하다.
신부님은 차분하게 강론을 시작하셨다.
그날 복음에는 고소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신부님께서는 ‘고소’라는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시면서, 시작하셨다. 좀 길었는데 다 기억하진 못하고 기억하는 내용만 정리하면 이렇다. 라면과 참기름이 싸웠는데, 다음 날 라면이 경찰서에 잡혀갔다. 왜 잡혀갔을까? 참기름이 고소했기 때문이다. 조금 있다가 참기름도 잡혀갔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라면이 불었기 때문이다. 근처에 있던 김밥이 갑자기 잡혀갔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말려서 그렇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두 소금의 소행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소금이 짰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힌 이 상황을 고구마가 한 방에 해결했다. 어떻게? 구워삶아서. 잘 풀리는가 했는데, 갑자기 일이 어그러졌다. 식초 때문이었다. 초를 쳤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가 더 이어진다.
등장인물(?)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크게 웃었다.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손뼉을 치면서 공감하셨고, 옆 사람들과 맞장구를 치기도 하셨다. 이야기로 한참을 웃기시고 나서 신부님은 차분하게 말씀을 이어가셨다. 사실 뒤에 하신 이야기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의 힘이기도 하고 이 이야기를 누군가한테 알려주기 위해 되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기에 등장인물 몇을 더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이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양파를 등장시키는 거다. 식초가 울었다. 왜? 양파가 까서. 아무튼.
이 이야기의 시작은 참기름이었다.
고소했기 때문이다. 참기름이 고소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이야기가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말이다. 이 이야기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만들어진 건 아닐 거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다. 시작이다. 첫 단추를 잘 껴야 한다는 말처럼, 처음의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처럼,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따라 상대방의 반응이 달라진다.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도 그렇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 피하고 싶다.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내가 분위기를 바꿔야겠다고 말이다. 그 시작을 내가 하는 거다. 언젠가는 이런 분위기가 깨지겠지만,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직접 나서서 정리하겠다고 마음먹는 거다. 사람도 그렇다. 표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윗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상황에서도 내가 먼저 다가가는 거다.
소통에 관한 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불편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떤 사람의 예를 들려줬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많은 사람이 불편해하는 팀장이 있는데, 이 사람만 그렇지 않다는 거다. 팀장도 이 사람을 신뢰한다고 했다. 방법이 뭐였을까? 안색이 안 좋을 때, 다른 사람들은 피하는데, 이 사람은 가서 묻는다고 한다. “무슨 일 있으세요? 왜 그러세요?” 별다른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질문하는 거다. 이 질문 하나로 팀장의 안색을 바꾼다고 한다. 팀장도 사람인 거다. 자기에 관해 묻고 걱정해 주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이야기하고 나면 풀린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책이나 영상에서 알려주었다. 실제 경험을 통해서도 알게 된다.
질문하는 거다.
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 불편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 등등 모든 시작은 질문하는 거다. 내가 답을 줄 필요가 없다.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의 속에 담긴 불편한 것을, 끄집어내 주면 된다. 질문을 마중물로 사용해서 불편한 것을 꺼내도록 도와주면 된다. 먼저 시작하겠다는 용기를 내고, 적절할 질문을 통해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