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들겠습니다!”
영화 <1987>에 나오는 대사다. 이 영화는, 故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숨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했기에, 고문했던 형사 몇몇이 잡혀간다. 이들의 총책임자가 면회하러 가서 타이르는데, 자신들은 시키는 대로 했다며 항명한다. 총책임자는 이에 강압적인 태도로 윽박지른다. 잡혀간 형사 중 선임자는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짧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받들겠습니다!” 이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술자리나 편안한 자리에서 윗사람이 무언가를 시키면, 농담으로 대답할 때 이 대사로 응대한다.
받들겠다는 말은, 순종하겠다는 의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따르겠다는 말이다. 이해가 되든 그렇지 않든 따르겠다는 말이다. 어지간해서는 쉽게 나올 수 없는 태도다. 보통은,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취하는 태도다.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순종하는 처지에서 볼 때, 이렇게 하는 마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어쩔 수 없거나, 그렇게 하고 싶거나. 전자는 강압에 의한 마음이고 후자는 스스로 일어나는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이기도 하고, 리더십의 성향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맹장과 지장 그리고 덕장이다.
고전에서는 장수를 세 부류로 나눈다. 맹장은 감히 속이지 못하는 장수다. 무섭기 때문이다. 지장은 도저히 속이지 못하는 장수다. 지혜롭기 때문이다. 덕장은 차마 속이지 못하는 장수다. 어진 마음 때문이다. 모든 장수를 속이지 못하지만, 그 이유가 다르다. 감히 속이지 못하고 도저히 속이지 못한다. 그리고 차마 속이지 못한다. 구성원이 느끼는 리더를 보는 마음이다. 무엇이 가장 좋냐고 묻는다면 하나를 꼽기는 어렵다. 고전에서는 덕장의 리더십을 가장 옳은 리더십으로 꼽지만, 동의하긴 어렵다. 상황에 따라 취해야 할 리더십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마음이 순수하게 따라나서는 사람.
요즘 말로는 ‘찐팬’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진정 마음이 그렇게 향하는 사람 말이다. 찐팬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어서 혹은 강압으로 그렇게 쫓아다니거나 응원하겠는가? 아니다. 자기 시간 들이고 자기 비용 들여서 응원하고 축복한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찐팬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생각하든, 그 대상이 우선이다. 찐팬이 많은 사람이 부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행복한 사람은 찐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찐팬으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닐까?
사랑받는 사람 말고, 사랑하는 사람 말이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다음에 같이 와야지 하고 생각나는 사람, 좋은 곳을 가면 함께 와야지 하고 생각나는 사람, 무엇을 해도 떠오르는 사람 등등.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마음이 그렇게 움직인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마음 자체가 순순하기 때문이다. 순수한 마음을 느끼는 건 참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