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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다면 감사한 마음을 수시로 내야 한다.

by 청리성 김작가

마케팅 실무를 할 때다.

일하다 보면, 일반적인 업무를 처리할 때도 있지만, 난해한 업무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무리한 요청을 받는 건데, 대체로 이런 거다.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일을 해달라고 한다. 과도한 인력 투입을 요구한다. 호텔 등 행사 장소나 협력업체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 서비스를 무리하게 요구한다. 등등이다. 이 외에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한도 끝도 없다. 물리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거다. 우리의 큰 역할 중 하나가 협의하고 조율하는 역할이라 노력하지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을 협력업체에 요구해야 할 때, 제일 마음이 무겁다. 말이 좋아 요구지 협박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일이나 그렇겠지만, 다음을 위해 감내하고 최대한 잘 풀어보려고 노력한다. ‘갑’과 ‘을’이라는 구조에서 ‘을’은,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도저히 안 될 때가 있다.

이렇게 따져보고 저렇게 따져봐도 무리일 때가 있다. 담당자가 바뀌어서 금액을 심하게 네고할 때가 그렇다. 요구를 들어주는 게 무리이기도 하지만, 그 요구를 들어준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제공한 금액이 과도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되어버린다. 지금까지 인정해 준 앞 담당자에게도 도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한 번 그렇게 하면, 더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는 것이 더 문제다.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여서라도 그대로 갈지, 아니면 고사할지.


여러 정황을 따져본다.

모든 건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하나의 상황만 보고 판단하면 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도 그렇지 않은가? 눈앞에 있는 수만 봤다가 나중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상황 말이다. 몇 수를 더 봐야 한다고 말하는 게 그런 이유다. 일도 마찬가지다. 협상할 때 순간적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그려보고, 결정했을 때 얻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을 따져야 한다. 신중하게 결정했는데도 뜻밖의 변수로 고생하기도 하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경험이 쌓이면, 판단하는 시야가 넓어진다.


받아들이지 않기로 할 때는 이렇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손실이 심하거나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이면 그렇게 한다. 이때도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제안한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어느 정도 양보할 테니, 그쪽도 조금은 양보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제안한다. 또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적을 만들지 말라는 말을, 명심하는 거다. 그렇게 했는데도 자기들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라고 하면, 그때는 정중하게 고사한다. 물리적으로 무리여서 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도도 있다.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거다.

다녀온다는 말은, 다른 업체와 일 해보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다. 계속하는 업체에서 받는 서비스는 익숙해진다. 견적서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일들이 있는데, 그것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거다.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 업체와 하면 더 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그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다녀온 거래처가 좀 있었다. 경험해 봐야 아는 거다.


공기와 물 같은 존재랄까?

일상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부족하고 필요할 때 그 존재감을 느끼고 고마움을 느낀다. 숨 오래 참기 시합할 때 그렇다. 몇십 초만 숨을 쉬지 않아도 고통스럽다. 물의 소중함은 많이 느껴봤을 거다. 심하게 더운 여름날도 그렇고 격렬한 운동이나 작업한 후에도 그렇다. 물 한 모금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항상 옆에 있음에도 소중함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잃게 된다. 자주 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을 잃지 않는 방법이 있다.

순간순간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내는 거다. 공기와 물처럼 항상 곁에 있어도, 가끔은 그 소중함을 의식하고 감사한 마음을 내는 거다. 깊은숨을 들이켜면서 감사한 마음을 내고, 시원하게 물 한 잔 들이키면서 감사한 마음을 낸다. 공기와 물뿐만이 아니다. 곁에 있는 사람도 그렇다. 귀찮거나 밉상 짓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런데도 감사한 마음을 낼 필요가 있다. 소중하다고 여기면 그렇게 해야 한다.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을 내지 않으면, 언젠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곁에서 떠날지도 모른다. 육체적으로든 마음으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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