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데, 잠시 멈춰질 때가 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거나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 고민할 때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나는 이렇게 살아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다. 글에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독자가 작가에게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은 것을, 지면을 통해 본 기억이 있다. 일상에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적는 건 같은데, 그 차이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사실 나도 이 질문을 봤을 때, 그 차이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작가는 말했다. 이 둘의 차이는, 메시지를 담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라고 말이다.
일상을 기록하는 건 같다.
내용으로 봤을 때 그렇다. 하지만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는, 그 안에 메시지가 담겼냐는 거다. 이 답을 듣는데 금방 이해됐다. 일상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냥 그랬다고.”라고 매듭을 지으면 일기다. 메시지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풀어낸 이야기에서 어떤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직간접으로 낸다면, 이 글은 에세이다. 내가 매일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일기를 쓰는 것은 아니므로, 그 안에 꼭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메시지라고 해서 장황한 건 아니다.
경험이나 생각을 풀고, 마지막에 한 문단 혹은 한 문장 정도로 간단하게 정리한다. 지금까지 읽은 글 중에 좋은 느낌을 받은 글 대부분이 그래서일까? 좋은 건 따라 하고 싶으니 말이다. 커피를 내리는 모습에 비유하면 이렇다. 커피 드리퍼에 원두를 넣는다. 그 위에 물을 부으면 아래로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진다. 물을 붓는 양에 따라 떨어지는 커피양도 달라진다. 원두와 그 위에 붓는 물이 일상 경험과 생각이라면, 메시지는 이 둘의 조합으로 떨어지는 커피가 아닐지 싶다.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원두와 물이 필요한 것이고, 결론은 커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메시지를 낼 때, 호흡을 고른다.
키보드에서 잠시 손을 떼고 지금까지 써내려 온 글을 읽는다. 마지막에 쓰려는 메시지가 적절할지 생각한다. 앞의 내용에 잘 부합하는지도 살피지만, 무엇보다 이 질문에 잠시 머무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이렇게 살아내고 있는가?’ 잠시 머물렀다가 바로 글을 쓸 때도 있지만, 한참을 머물 때도 있다.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내고 있지 않은데, 그 메시지를 내야 할 때 마음이 무겁다. 예전에는, 지름길을 피해 돌아갔다. 그나마 어느 정도는 살아내고 있는 길로 돌아갔다. 어떤 때는 글의 앞뒤가 매끄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이 무거운 것보다는 낫기에 그렇게 마무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글을 쓰면서,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살아내고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내고자 다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그렇게 된다. 타인의 글을 읽고 깨달아 삶의 방향을 돌리듯, 내 글을 읽으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오히려 더 효과가 좋다. 타인의 글을 읽고서는, 실행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가 쓴 글은 어떤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어떤 마음으로 그 글을 썼고 어떻게 하고자 다짐했기에 그렇게 썼는지 내가 잘 안다. 눈 한번 딱 감고 마는 것도 한두 번이다. 계속 그러기는 쉽지 않다.
잘못된 행동이 끊기는 건 아니다.
반복된다. 하지만 잘못하는 간격이 줄어들고 그 크기가 줄어든다. 이것만큼은 명확하게 느낀다. 잘 살아내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글을 쓰면서 얻게 된 가장 좋은 효과다. 내가 지키면 말하게 된다. 자신 있게 말하고 힘주어 말할 수 있게 된다.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 메시지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선순환되도록 만들 수 있게 된다. 참 좋은 삶을 살아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