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다.
항상 곁에 있는 건 아니니, 떠나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잘하라는 말이다. 떠난다는 건, 멀리 떨어진다는 의미가 있다. 가까이 있어서 언제든 볼 수 있는 관계에서, 큰마음을 먹어야 볼 수 있는 관계가 된다는 거다. 남자라면 군대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고, 유학이나 이민 등 외국으로 가는 것도 멀리 떨어진다는 의미가 된다. 멀리 떠난 사람은 평생 볼 수 없을지라도, 살아있다는 이유로,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보진 못해도 유무선으로 연락할 수단이 많아 심리적 거리감도 덜하다.
죽음은 그렇지 않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 거리감이 완전히 없어지는 상태가 된다. 이제는 영영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장례식장에 가면, 그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분들은 더 그렇다. 그리고 꼭 한마디 하신다. 살아계실 때 잘하라고 말이다. 분명히 잘한 부분과 못한 부분이 있을 텐데, 못한 것만 기억난다고 한다. 잘한 것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잘하라고 한다.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이보다 더 잘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후회한다. 더 잘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아쉬움 때문일 거다. 잠시나마 마음으로 힘들어했던 생각이나 불평을 가졌던 생각을 아쉬워하고 후회한다. 이렇게 떠날 줄 알았다면 더 잘할 걸 하고 말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어도, 아쉬움은 분명히 남는다. 따라서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최소화할 뿐이다.
아쉬움을 덜 남긴, 기억 하나가 있다.
대학교 복학하고 있던 일이었다. 한 친구가 돈을 급하게 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어머니 병원비가 모자란다는 게 이유였다. 백만 원이었는데, 수중에 돈이 없었다. 카드 현금 서비스를 알아보니, 한도가 가능했다. 그렇게 빌려주었다. 이자는 친구가 낸다는 조건이었다. 석 달 정도는 일정에 맞게 잘 입금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 친구는 연락도 받지 않았다. 난감했고 힘들었다. 적지 않은 돈을 매달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믿었던 친구한테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힘들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단체 문자 하나를 받았다.
그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 문자였는데, 다른 친구가 보내줬다. 문자를 받고 고민했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얼굴을 보면 그 친구도 민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는 게 맞을 것 같아, 찾아갔고 그 친구의 얼굴을 오랜만에 봤다. 많이 상한 얼굴이었다. 불편했던 마음이 좀 사그라들었다. 여러 가지로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돈을 갚아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다. 그 친구가 나보다 더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결국 돈을 받지 못했다.
돈으로 힘들 때는 생각이 났다.
큰돈은 아니지만, 그때에는 ‘그 돈만 있었어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서는 ‘말하지 않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했더라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밀린 병원비도 꽤 되는 것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본전도 못 찾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말했어도 받지 못할 돈이었는데, 마음만 불편할 뻔했다. 말하지 않았으니, 최소한 마음이 불편하진 않다. 아쉬움이 덜하다는 말이다. 아쉬움을 더는 방법은 결국, 내 것을 조금 더 내어놓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당장은 손해 보는 듯하지만, 마음에 아쉬움은 덜하니 이득이 아닐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