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는 상황이 만든다.
믿고 맡기는 마음
“안타깝네!”
“네? 삼진 아웃 된 거요?”
“그것도 그거지만, 저 선수가 오늘 참 잘했거든. 그래서 지난 이닝까지 앞선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거고. 하지만 관중들은 아까의 안타는 잊고 지금의 삼진만 기억할 거야. 그게 안타깝다는 거야.”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연말에 드라마 시상하는 걸 보면, 저도 비슷한 걸 느껴요. 연초에 인기 있던 드라마는 아주 기억에 남지 않는 이상, 상을 받는 경우가 드물더라고요. 연말쯤에 인기 있는 드라마와 배우들이 거의 상의 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 맞아! 회사에서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야. 평가는 연말에 하게 되잖아? 그래서 상반기에 잘했던 것은 잊히는 경우가 많지. 상반기에 잘하지 못해도, 하반기에 반짝 잘해서 성과를 인정받는 일도 있고. 그런 것을 보면 참 씁쓸하지! 그래서 내가 강조하는 평가는, 연말 드라마 시상식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 회사는 중간 평가라고 해서, 중간에 목표 달성을 체크하는 시스템이 있어. 상반기가 지나면 개별 면담을 통해서, 점검하고 기록을 하는 거지. 그러면서, 아까 이야기한 부분을 최소화하는 거야!”
[캐스터] 이제 홈팀의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해 설] 지금 타자는 아까 타자와는 달리, 오늘 타격감이 좋지 않은 선수네요?
“저 타자는 전 타자와 다르게, 삼진과 땅볼 아웃만 있는 선수네요? 근데 왜 대타를 쓰지 않는 거죠?”
“자세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감독이 선수를 끝까지 믿고 맡기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 지금 저 선수를 빼면 자신감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했을 수도 있고.”
“선수를 믿는 것과 위하는 마음이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감독은 한 경기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한 선수 한 선수에 대한 마음을 쉽게 생각할 수는 없지. 지금 성적은 한 게임이지만, 선수의 마음을 잘 챙기면, 남은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 판단을 하는 게 매우 어려운 거지. 그래서 감독이 어려운 거야. 나중에 야구 씨가 관리자가 되면, 그때는 관리자가 가져야 할 마음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도 해줄게!”
“그때도 야구장 와서 해주실 건가요? 하하하!”
“글쎄. 그건 그때 봐서?”
[캐스터]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해 설] 표정에서부터 단단히 각오하고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캐스터] 그렇네요! 표정에서 의지가 느껴지네요!
“감독이 믿고 맡겨줬으니, 결과를 보여주고 싶을 거야! 야구 씨도 그렇지 않아? 실수했을 때 뭐라고 혼만 내는 선배보다, 토닥여주고 잘 할 수 있을 거라 조언해 주는 선배한테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잖아? 같은 마음일 거야!”
“네, 맞아요! 믿고 맡겨주시면 더 잘하려고 신경 쓰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 그래야 해! 근데 대부분 반대로 하지. 뭐라고 하는 사람한테는 잘하려고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쉽게 생각하는 거야. 그건 매우 잘못된 생각이야!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반드시 나중에 자신이 그렇게 받게 될 거야!”
[캐스터]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초구를 던집니다. 스트라이크! 복판에 꽂힙니다. 아~ 아직 타격감이 회복되지 않은 것 같이 보이네요.
[해 설] 공 하나로 그렇게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노린 공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캐스터] 타자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입니다. 연습 스윙을 하고 타석에 다시 들어섭니다.
가치는 상대적이다.
“땅”
[캐스터] 2구! 타격! 완벽한 타이밍! 어? 큽니다!
[해 설] 이건 넘어갔어요!
[캐스터] 네! 계속 뻗어갑니다. 어디로~ 어디로~ 담장~ 밖으로~ 네! 담장을 넘깁니다. 홈런! 그동안 침묵했던 용이 깨어나, 하늘로 치솟아 오릅니다!
[해 설] 같은 코스였는데요. 이번에는 잘 노렸네요. 투포수는 초구에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공략한 것 같은데요. 어쨌든 경기를 결정짓는 홈런이 나왔습니다!
홈팀 관중은 일제히 일어서서 함성을 질렀다.
타자는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2~3걸음을 옆으로 껑충껑충 뛰었다. 홈런을 치기 전까지 쌓였던, 마음의 짐을 털어내는 동작처럼 보였다.
타자가 3루를 돌고 홈으로 들어올 때, 팀의 모든 선수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타자는 홈을 양발로 힘차게 뛰어오르며 밟았다. 9-10. 한 점 차 짜릿한 승리였다.
9회 초에 3점 홈런을 맞아 동점이 됐을 때는 암울했던 팀이, 이 홈런 한 방으로 되살아났다.
1점 홈런이 3점 홈런을 지우는 순간이었다.
“1점 홈런이 3점 홈런을 지웠네요!”
“절대적인 점수는 3점이 크지만, 지금처럼 끝내기 상황에서는 1점 홈런이나 만루 홈런이나 같은 거지. 이전 이닝에서 3점 홈런은 동점을 만드는 소중한 홈런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1점 홈런으로, 그 가치가 지워지게 된 거라고 할 수 있지. 그건 그렇고, 오늘 어땠어?”
“너무 재미있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야구가 참 재미있는 스포츠였네요. 실은, 저희 아버지가 야구선수셨거든요!”
“그래? 그래서 이름이 야구 구나? 근데 왜 야구를 안 좋아해?”
“말씀드리자면 사연이 좀 깁니다. 아무튼, 본부장님께서 야구 상황을 통해 말씀해 주신 이야기를 들으니,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고민했던 부분이 많이 풀어졌어요. 내일부터는 처음 출근할 때의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네. 오늘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 다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떤 상황과 마주했을 때, 기억이 되살아날 거야! 그리고 항상 무슨 일을 하든 많이 생각하도록 해. 많은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사고하는 거야!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거지! 그 생각을 바탕으로, 체화시키는 거야! 생각하는 방법은 그냥 앉아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산책하거나 움직이면서 하면 더 도움이 돼. 사람은 걸을 때, 두뇌가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얘기도 있잖아! 그래서, 나는 가끔 혼자서 산에 올라! 오르기 시작했을 때 가졌던 고민이나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 정상에 오르는 동안 나도 모르게 정리가 되는 경험을 많이 했거든. 야구 씨도 한번 해봐! 강추!”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궁금하거나 고민되는 게 있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치는 상황이 만들어 준다!
‘터널’이라는 영화가 있다.
어떤 사람이 운전하면서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데, 터널이 무너지면서 그 안에 갇히게 되었다.
그 안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노력과 밖에서 구조하는 사람들의 상황들을 그려낸 영화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장면은 이것이다.
주인공은 터널에 진입하기 전, 주유소에 들른다.
일이 미숙한 노인이 아주 느리게 주유를 한다.
답답함을 느낀 주인공은 주유를 마치자, 바로 자리를 뜨려고 한다.
노인은 느릿한 동작으로 작은 물병 2개를 건넨다.
주인공은 귀찮다는 듯, 그 물을 뒷자리로 던지고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통화를 하면서 터널에 들어가게 된다.
터널의 불들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하고, 결국 무너져 내린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주인공이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데, 주유소에서 받은 물을 발견한다.
병뚜껑에 조심스럽게 따라, 아주 조금씩 입에 넣고 가글하듯 마시면서 버티기 시작한다.
물을 받았을 때는 너무 흔한 물이었기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터널이 무너지고 갇힌 상황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보전해 주는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 같은 물이지만,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일상생활을 할 때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평소에는 하찮게 여기는 물이지만, 심한 갈증을 느낄 때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발휘한다.
평상시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떡이, 배고플 때는 무엇보다 맛있는 양식이 된다.
부족함이 간절함을 느끼게 하고, 그 간절함이 가치 없던 것을 가치 있게 만든다.
가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고로, 가치는 상황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