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친구

내가 먼저.

by 청리성 김작가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맺어지는 관계


언젠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한 엄마와 중학생 또래 정도 되는 아이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대화라기보다, 엄마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하는 말이었다.

“왜 그런 애들하고 다녀? 좋은 애들하고 다녀야지! 그러다가 물들어!”


엄마는 아이가 걱정돼서 하는 얘기일 것이다.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을 듣고 있는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엄마의 말을 듣고 있는데, 어디선가 본 짧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이 취직하려는데, 모든 직장이 경력직 공고만 내놓았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계속 떨어지자,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모두 경력직만 뽑으면, 우리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는 말입니까!”


좋은 친구 사귀라는 것과 경력직만 뽑는 것은 전혀 연관이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왜 이 이야기가 떠올랐을까?

아이에게 좋은 친구 사귀라는 엄마와 경력직만 뽑는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네가 먼저”이다.


상대방이 조건을 갖추면, 받아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좋은 친구의 조건을 갖추면 어울릴 것이고, 경력을 갖추면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만 생각하는 이 생각이 참 씁쓸하게 느껴졌다.


“네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좋은 친구 사귀라는 말보다, 아이한테, 네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아이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좋은 친구가 될 노력은 하지 않고, 찾으려고만 하면, 좋은 친구를 만나기 어렵다.

“네가 먼저”가 아닌, “내가 먼저”라는 마음이 필요하다.

좋은 친구를 만나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자신이 좋은 사람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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