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십자가

by 청리성 김작가
더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을 바라보는 것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도 대화 안에서, 신앙에 관련된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 ‘십자가’다.

자신에게 주어진 무거운 짐이나 책임져야 할 무언가를 표현할 때, 십자가라는 표현을 한다.

그만큼 십자가는 종교적인 상징성을 넘어,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인다.

신앙의 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이 성탄절을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신앙인들도 십자가는 자신이 안고 가야 할, 필연적인 숙제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교리에 따라 생활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얄미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미운 사람을 사랑하도록 노력한다.

생각과 마음이 부딪히는 상황을 자주 경험하다 보면, 혼란에 빠질 때도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확신하며 걸어왔던 길이었는데, 벽을 마주한 느낌이다.

방향을 의심하게 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십자가의 무게가 버겁고 던져버리고 싶다는 느낌이 들 때, 마음 상태를 돌아본다.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사의 마음보다 불만의 마음이 더 크게 차지하고 있다.

도움을 받은 것은 지워졌고, 도움을 준 것만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좋은 생각은 가라앉고 나쁜 생각만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다.

감당하지 않아도 될 것을,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십자가를 이렇게 느끼는 것은, 개인적으로만 바라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십자가는 개인적인 것이고, 자신에게 닥친 것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필자 역시 그랬다. 지난해 11월 ‘생활 성서’에 실린 글을 읽기 전까지는.

청소노동자들에 관한 신문 기사 발췌 내용이었다.

자신의 몸통보다 큰 100ℓ 쓰레기봉투를 옮기느라, 몸이 망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

새벽에 청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청소는 왜 꼭 새벽에 해야 하냐고, 민원을 넣은 동네 주민.

몇몇 구에서 이런 민원을 제기해, 시범적으로 사업이 운영된다는 내용이었다.

자주 봐왔고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이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이 있었다.


‘왜 나는 이런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이 글을 읽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매우 부끄러웠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에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 이외에도 참 많은 사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십자가 십자가 하면서 불만을 토로하느라, 더 힘겹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진정한 십자가는 내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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