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림이 주는 선물

by 청리성 김작가

마음을 쓰라리게 한, 종이 한 장을 받았다.

과태료 부과 통지서다. 날짜와 위치를 확인하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가족과 함께, 휴가로 글램핑을 다녀오던 때였다. 좁은 편도 일 차선 도로였는데, 어린이보호구역이었다. 신호가 바뀌는 찰나, 이미 건널목에 진입해서 애매할 듯하여 지나갔다. 아차 싶긴 했지만, 이미 들어선 터라 괜찮을 거라 여겼다. 나만의 착각이었다. 잊고 지냈는데, 통지서를 통해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멈춰야 했구나!’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과태료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까지 받아본 과태료 중 최고가 금액인듯했다. 금액을 보니 마음이 더 쓰라렸다.


급한 상황도 아니었다.

천천히 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을 거다. 옆자리에 있던 아내가 멈춰야 했던 거 아니었냐고 했지만, 아니라고 단박에 잘랐다. 이미 진입했으니, 가는 게 맞는다고 말이다. 잘못해 놓고 오히려 큰소리친 격이 됐다.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1~2초 사이에 내린 잘못된 판단의 대가가 커서,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어린이보호구역이라 그렇다고는 하지만, 과속한 것도 아니고 애매한 신호로 지나간 건데 말이다. 억울해도 어찌할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만 들었다. 과태료를 빨리 내고 종이를 찢어버리는 것이 가장 속 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뭣이 중헌디?’

한동안 회자했던 말이 떠올랐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살피라는, 이 말이 떠올랐다. 왜 갑자기 이 말이 떠올랐을까? 급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빨리 가야 할 상황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 상황에서 지나간 건, ‘그냥’이었다. 이미 진입했으니 그냥 가도 될 거라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판단한 거다. 혼자만의 판단치고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됐지만 말이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돈과 마음을 쓰게 됐다. 안 써도 될, 돈과 마음이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판단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멈췄을지도 모른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거다.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대가를 크게 치르지만,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는 잘 알았기 때문이다. 과태료 용지를 받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을 거다. 속도를 낮추고 조심히 가야 하는 건 알았지만,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거다. 이후에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더 조심하고 더 신중하게 이동하게 될 거다. 이 말은, 더 안전하게 운전하게 됐다는 말이 된다. 아이가 지나가든 지나가지 않든, 잘 살피고 조심히 이동하게 됐다는 말이다.


아이는 항상 보이지 않는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보더라도, 보지 못하고 일어나는 사고도 더러 있다. 작은 아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잠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사이, 차가 아이를 덮치게 된다. 이 가능성을 최소화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더 큰 피해, 돈으로 감당하지 못할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 말이다.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정말 중요한 건, 재수 없게 걸려서 돈을 내게 된 것이 아니다. 안일한 생각으로 벌어질 수 있는 큰 사고를 막게 된 계기가 됐다는 사실이다.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지 않는가? 감사한 마음으로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대가를 치르면서 얻은 중요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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