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응답

by 청리성 김작가
항상 그 안에 머물러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


한참 일을 열정적으로 할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의 열정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잠을 잘 때, 꿈에서도 일을 했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마케팅은 제품이나 브랜드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정확한 정보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바로 떠오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졸이기도 한다.


어떤 제품이 발매 5주년을 맞는, 대규모 심포지엄을 준비할 때였다.

고객사 담당자는 제품에 대한 효과는 고객들이 충분히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효과에 대한 언급보다는, 브랜드를 최대한 노출할 방법을 의뢰했다. 의뢰를 받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했던 방법을 간추려서 제안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고객의 만족은 둘째 치고, 필자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으로 제안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한참을 고민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분야의 사례를 찾아봤지만, 강렬한 느낌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없었다. 화려하고 특이하기만 한 아이디어 말고, 정말 효과 있는 아이디어를 원했기 때문이다. 광고도 보면, 광고 자체로는 화려하고 특이하지만, 제품에 대한 기억이 남지 않는 광고가 있다. 그런 브랜딩은 하고 싶지 않았다.


심포지엄 개최 일정은 다가오고 있었고,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한 가지 프로젝트만 할 순 없기에, 다른 고객사 미팅으로 외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아이디어를 고민해 봤지만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일단 메모지에 그림을 그려보기로 하고, 가방에서 메모지를 꺼냈다. 이렇게 저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심플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 무엇일까?’

가장 심플한 것은 제품의 로고다. 가장 강력한 것은 잘 보이고, 오랜 시간 노출할 수 있는 것이다. 제품의 로고를 이용해서, 강연자의 연단과 좌장(강연을 이끄는 사람)의 테이블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결과는, 지금까지 봤던 심포지엄 무대 중에, 최고였다는 평가를 들었다.


결과를 내기 위해 많이 고민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가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생각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항상 그 안에 머물렀기 때문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답을 얻는 방법은, 그 안에 머무는 것이다.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머물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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