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딱히 꿈이 명확하진 않았다.
야구와 축구를 비롯한 운동을 좋아했고 나름대로 잘했을 뿐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장래 희망이 체육 교사였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도 왜 그렇게 썼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나중에는 체육 교사를 꿈꿨다. 중간에 하나의 꿈이 더 있었다. 경찰이었다. 이 꿈을 꾸게 된 건, 드라마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폴리스>라는 드라마였다. 만화책이 원작인 이 드라마를 무척 좋아했다. 드라마에 대한 사랑은 자연스레 소제가 된 경찰에 대한 사랑으로 번져갔다.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된다. 그때의 성적은 거의 중간이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경찰대학을 나왔으니 나도 경찰대학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경찰대학에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조금 낮춰서 갈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경찰행정학과’라는 게 있었다. 이 또한 성적이 안 됐다. 노력했으면 되지 않았겠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의지와 노력은 좀 별개였다. 공부 머리가 트이지 않았다. 내 공부 머리는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해서였다. 그때부터 공부의 맛을 알았다. 배움의 맛을 알았다는 게 더 맞겠다. 어디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학은 가야겠는 데 가고 싶은 곳에 성적은 턱없이 부족하니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학교에서 같이 중창단 활동하는 친구한테 정보를 얻게 된다. 이 친구는 태권도 하는 친구였다. 대학도 이미, 태권도 학과로 정해서 꾸준히 노력하던 친구였다.
학교에 ‘체육반’이 있다는 정보였다.
그 친구는 체육반에 들어가서 입시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제안했다. 함께하자고 말이다. 하굣길에 오가다 보기는 했었다. 운동을 엄청나게 하는데 힘차게 기합도 넣고 그랬다. 그 형들의 소속이 체육반이었던 거다. 체육 관련 학과에 가려는 학생들이 모여서 운동을 배우는 곳이었다. 입시 체육학원과 같은 거다. 우리 고등학교는 학교 안에 있었는데, 성과가 좋았다. 나는 친구한테, 체육 관련 학과를 간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이야기는 했던 것 같다. 성적이 안 되는 것도 말이다. 친구는 자기 도장 사범님이 경찰 출신이라는 말을 꺼냈다. 그것도 강력계 경찰이라고 했다. 혹했다. 강력계 경찰 출신이 태권도 사범을? 호기심에 한 번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찾아갔다. 이런저런 조언을 들었다. 살벌한 경찰 세계도 들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멋진 걸 상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경찰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격기 학과를 가서 지원하면 된다는 거였다. 그때 나는 합기도 3단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신 있게 내밀기는 좀 뭣하지만, 쿵후도 1단짜리 두 개 단증이 있었다. 2단이 아니고 1단짜리 두 개인 이유는, 파가 달라서였다. 이래저래 공식 5단인 거다. 태권도 단증을 보유하는 것도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체육반에 들어감과 동시에 태권도 도장도 등록했다. 기본 가다(기본기)가 있어서 금방 단증을 딸 수 있다고 하셨다. 속성으로 배워, 4개월 만에 단증을 땄다. 속성이라고 하는 건, 품새만 익히면 됐기 때문이었다. 국기원에 가서 정식으로 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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