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은 잠시 그때의 기억에 생각을 담갔다.
따뜻했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고 재미있게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한, 야구였다. 야구를 좋아하는 영광은, 나이 때가 얼추 비슷하고 체구가 비슷한 선수가 나와서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가끔 자기 삶을 대입시키곤 했다. ‘내가 만약 저 선수였다면?’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높은 연봉과 인기에 젖어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한동안 활동하지 못할 때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과 같은 자기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두 가지 삶을 평균으로 냈을 때 올라오는 느낌을 책정하진 않았지만,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음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야구 선수의 삶을 산다고 해서 지금 느끼는 삶의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작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금까지 흘러온 과정이 그랬다. 야구를 하지 못한 이후, 하고 싶은 다른 것을 쫓아 조금씩 흘러갔다. 야구를 했다면, 쫓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들이다. 야구 선수로 진로를 결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야구를 하지 않아 얻은 것은, 다양한 가능성과 시도였다. 다양한 가능성과 시도는 마치, 우연과도 같았다. 왜 그것을 쫓았는지도 몰랐던 꿈도 있었고, 우연히 알게 돼서 우연히 흘러간 꿈도 있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한 걸음씩 쫓아간 길들의 지점을 이어보면, 그냥은 없었던 것 같다. 작은 지점들이 모이고 연결되면서 또 다른 지점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길을 이어가게 했다. 그 모든 것들이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면서,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우연들이 모여있는 지금. 또 다른 어떤 우연이 자신을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할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영광은,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마음이 기대된다는 거였다.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고 기대로 부풀어 오른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전자의 감정이었다면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처지는 기분을 들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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