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군대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다.
황금 같은 젊은 시절 26개월을, 섬에 갇혀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갇혀있었다고 표현했지만, 그 안에서 경험한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더 많기는 하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지나고야 하는 이야기지만, 내 발로 걸어서 들어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입대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故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처럼, 부모님께 큰절하고 문밖을 나섰다. 1월이었으니, 아직 날이 어둡고 찬 공기로 가득한 새벽이었다. 길 건너편에 있는 버스 종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서울로 들어가야 했고, 그곳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구, 서울역이었다. 지금 이용하는 역 옆에 박물관처럼 보존되어 있던 그곳이다. 그곳에서 포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노랫말처럼,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간 거다. 포항에 그렇게 첫발을 내디뎠다. 훈련소 입구에서는 친절한(?) 말투와 목소리로 입대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함께 배웅 온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시키기도 했다. 문이 닫히고 안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자, 친절했던 목소리는 금세 변했다. 다른 사람인 줄 알았지만, 아까 그 친절하던 사람이었다. 후에 알았지만, 교관이었다. 갑자기 오리걸음으로 이동시켰다. ‘군기를 잡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렇게 어딘지 모를 곳으로 오리가 되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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