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3. 집으로

by 청리성 김작가

다시 찾아온 위기가 또 기회가 되었다.

영광은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 그렇지 않은가? 마음에 울림을 준 말씀 하나로, 대책도 없이 사표를 던졌다. 준비되지 않은 몇몇 사람들과 사업을 논하면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때 떠오른, 대가 없이 베푼 선의. 그 선의가 불러온 또 다른 삶의 방향.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들 하는데, 이보다 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있을지 영광은 생각해 본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미리 준비된 각본은 없지만,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이 아닌가. 영광은 자신이 걸어온 삶이 그렇다고 느꼈다. 준비되어 있었다고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그렇다. 각본 없이 진행되었지만, 정말 잘 짜인 각본이다. 삶을 예측하고 그 예측대로 이어진다면, 걱정할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 삶이 다이나믹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예측했지만 그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이 등장하고 일이 벌어진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최선의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선택하고, 그곳의 문을 여는 거다. 그리고 들어간다. 안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선물일 수도 있고 쓰레기일 수도 있다. 선물처럼 보였는데 쓰레기일 수도 있고,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선물일 수도 있다. 이 또한 아무도 모른다. 어디에 쓰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사막 한가운데라면, 돈이 선물일까? 쓰레기다. 차리리, 어딘가에 던져둔,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물 한 병이 선물이 된다. 그 자체가 아니라 상황이 선물을 만들기도 하고 쓰레기 혹은 짐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세상일 모르는 거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청리성 김작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이야기를 경청해서, 이로운 것을 갖추도록 도움을 주는 청리성(聽利成) 입니다.

11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5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