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위기가 또 기회가 되었다.
영광은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 그렇지 않은가? 마음에 울림을 준 말씀 하나로, 대책도 없이 사표를 던졌다. 준비되지 않은 몇몇 사람들과 사업을 논하면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때 떠오른, 대가 없이 베푼 선의. 그 선의가 불러온 또 다른 삶의 방향.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들 하는데, 이보다 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있을지 영광은 생각해 본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미리 준비된 각본은 없지만, 마치 잘 짜인 각본처럼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이 아닌가. 영광은 자신이 걸어온 삶이 그렇다고 느꼈다. 준비되어 있었다고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그렇다. 각본 없이 진행되었지만, 정말 잘 짜인 각본이다. 삶을 예측하고 그 예측대로 이어진다면, 걱정할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 삶이 다이나믹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예측했지만 그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이 등장하고 일이 벌어진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최선의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선택하고, 그곳의 문을 여는 거다. 그리고 들어간다. 안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선물일 수도 있고 쓰레기일 수도 있다. 선물처럼 보였는데 쓰레기일 수도 있고, 쓰레기인 줄 알았는데 선물일 수도 있다. 이 또한 아무도 모른다. 어디에 쓰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사막 한가운데라면, 돈이 선물일까? 쓰레기다. 차리리, 어딘가에 던져둔,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물 한 병이 선물이 된다. 그 자체가 아니라 상황이 선물을 만들기도 하고 쓰레기 혹은 짐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세상일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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