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엄밀히 말하면, 만나고 헤어진다. 오랜 시간 지나고 다시 만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족이 거의 유일하다고 보는 게 맞겠다. 곁에 있지만 소홀하게 되는 가족에게, 왜 더 마음을 써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된다. 만나는 순간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니 말이다. 지금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 숫자를 보면, 5천 개가 넘는다. 마케팅 업무를 할 때, 한 번 가는 식당이나 기타 연락해야 하는 곳을 저장해서 많긴 하다. 많은 사람을 만난 것도 사실이다. 지금 연락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연락하지 않는다고, 교류가 끊긴 건 아니다. 오랜만이라도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이도 있다. 마음의 교류가 끊기지 않은 관계랄까? 이 관계까지 다 해도, 100명이 되진 않을 듯하다.
만나고 헤어지는 게 사람 연이라지만, 많기는 하다.
짧게는 하루나 며칠을 만나고 헤어지지만, 길게는 몇 년 혹은 십 년 이상을 만나거나 함께 동고동락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으니, 일도 참 많았다. 좋은 일도 있고 안 좋은 일도 있다. 계속 기억에 남는 일도 있고, 잊고 싶은 일도 있다. 잊고 싶다는 건, 아직 기억에서 가끔 맴돈다는 얘기인데, 좋든 싫든 그만큼 여운이 있던 일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오랜만에 그 장소를 가거나 비슷한 상황과 마주하면, 기억이 떠오른다.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잔잔하게 맴돌던 기억이 강력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때로는 잠시 그 기억에 머물곤 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땐 어렵지만, 혼자 있을 땐 가능하다. 그 주위를 천천히 걷기도 하고, 한 장소에 머물면서 그 시절 그 장면으로 들어간다. 몰입할 때처럼 깊이 들어가면,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게 올라온다.
많은 올라오는 감정은, 아쉬움이다.
좋은 관계였지만 이래저래 연락이 뜸하다가, 차츰 멀어진 관계도 있다. 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멀어진 거다. 오랜 시간 함께했는데 연락하지 않은 관계는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끝이 좋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십 년을 좋다가도 사소하거나 한 가지 큰일로 틀어지고 등지는 게, 사람 일이 아닌가?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는,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다는 것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 그때는 옳고 그름의 영역이 명확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옅어지고 섞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하나의 일만 보면, 명확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 일이 한두 가지의 일로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아니다. 짧게는 수십 개의 일, 많게는 수백수천 개의 일이 얽히고설킨다. 씨줄과 날줄이 서로 엮이면서 직조되는 것처럼, 여러 개의 경험 실이 엮이면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한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고마운 부분도 있다는 말이다.
아쉬울 때는 고마운 점을 잊는다. 아니, 잊게 된다. 전혀 없었던 일처럼 된다. 아쉬움의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고마웠던 일을 아예 자리를 잃는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천천히 그때의 삶을 되짚어 볼 때, 비로소 보인다. 희미했던 것 그리고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보인다.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어온 순간, 깨닫게 된다. 내가 얼마나 감사할 줄 몰랐던 사람인지를 말이다. 나 잘난 맛에 내는 다 잘했고, 상대방은 다 잘못되고 틀렸다고 여겼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눈과 마음에 들어오면서, 얼마나 교만한 생각에 휩싸여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쥐구명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에 공감하게 된다.
사람은 감사함을 잊을 때, 죽는다.
감사함은 사람을 살아 있게 하고 살아내게 하는 힘을 준다. 감사한 마음이 사라진다면, 마음이 죽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 감사한 것이 많은가? 불만인 것이 많은가? 불만인 것이 많다면, 마음이 죽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마음을 살리기 위해서는, 불만인 것을 감사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억지로 하라는 게 아니다. 가만히 잘 살펴보면, 그 또한 감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불만이 먼저 올라왔지만, 불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보인다. 불만의 외투가 감사를 감싸고 있음이 보인다.
감사의 마음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마음을, 불만이 아닌, 감사의 방향으로 흐르도록 길을 내야 한다. 길을 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곳으로 계속 가면 된다. 산에 새로운 길이 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들이 자주 걸어가기 때문이다. 자주 가면 길이 된다. 처음에는 번거롭고 힘이 들겠지만, 습관이 되면 자연스러워진다. 자연스러워지면 쉬워지고 자꾸 그 길로 가게 된다. 자연스럽게 감사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살아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닐까?